[풍경소리]넉넉한 숲에 불씨를 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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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넉넉한 숲에 불씨를 묻으리라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18-08-20 13:21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권득용회장-1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하필이면 문학마을도서관을 찾아가는 날 대전은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수은주를 경신하고, 8월의 폭염은 도시의 복사열을 더하여 정신이 혼미하고 금세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젖게 만들었지요. 원래 폭염暴炎이란 햇빛에 쬐여 불타는 매우 심한 더위를 일컫지만 올 여름은 이열치열이라는 말조차 호사스런 고전어가 된 듯합니다. 이 무더운 날 도서관을 찾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전에서 유일하게 문학을 테마로 한 도서관이란 호기심에 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유성 문학마을 도서관은 2017년 10월 어린이 영어마을도서관, 별똥별 과학도서관에 이어 세 번째로 특화된 도서관으로 건립 되었습니다. 유성구에서 작은도서관 정책사업으로 아홉 번째로 이 도서관을 개관하였으며 지상 2층 80평 규모의 아담한 북카페 스타일로 유림공원에 위치하고 있지요. 갑천과 유성천이 만나는 어옹수조형漁翁垂釣形의 명당에 한 권의 책을 펼쳐 놓은 듯한 도서관의 건물 외관은 수려하고 무지개다리를 사이에 두고 안면도소나무와 속리산소나무가 우뚝 서 사시사철 푸른 곳이기도 합니다.

"…카랑한 목을 뽑아 진리를 외우고…/ 대를 물려 가꿔도 빈터가 남는/ 기름진 고독의 밭에/ 불씨를 묻으리라"는 어쩌면 우리 고장 태안 출신 채광석 시인의 '기다림'이란 시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이곳 문학마을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고 대출반납하는 도서관의 일반적 기능뿐만 아니라 독서 활성화와 그와 관련된 문화행사나 특강, 강좌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지요. 또한 지역의 문학단체나 시민들에게 장소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독서와 문학을 통한 문화예술 발전을 견인하는 광장廣場의 요람입니다.

또한 40여 분의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도서관장을 선출하는 자율적 봉사로 이어지면서 머지않아 대전의 명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합니다.



유림공원은 계룡장학재단, 대전시티즌 창단 등 평소 대전지역사회에 많은 공헌을 해오신 계룡건설의 고故 이인구 회장께서 사재 100억 원을 털어 2009년 6월 대전광역시에 기부체납 하였지요. 그의 아호를 딴 유림裕林은 넉넉한 숲이라는 뜻입니다. 봄이면 형형색색 튤립이 사랑의 꽃말로 피어나고 가을이면 국화향기 그윽한 만추의 그리움으로 가득하지요. 이곳 유림공원의 문학마을 도서관에서 올여름 같은 폭서暴暑에도 잠시 일상을 벗어두고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분명 자기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성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과 나무가 함께하는 그 숲에 문학의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돌아오는 길 '책은 지혜의 샘이고 영혼의 보물창고다. 또한 인생의 스승이며 삶의 등불이며 미래의 나침반이다.'라는 조정래 소설가가 남기신 글이 자꾸만 어룽졌습니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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