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구도심과 신도심 오다이바를 연결하는 레인보우 브릿지 |
◆글 싣는 순서
1.도시재생의 교과서를 찾아라
3.일본 도시재생 성공의 롤 모델(2)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4.대전형 도시재생 성공의 길을 묻다
5.세종시의 시민참여 도시재생 '청춘조치원프로젝트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고령화, 저출산, 인구감소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 중 하나가 도시재생사업이다. 일본의 도시재생은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시행하면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는데 이보다 앞선 1998년 '마치즈쿠리 3법'이라 불리는 법안을 도입해 도심 공동화를 비롯해 체계적인 도시 관리를 추진해왔다. 마치츠구리는 일본어로 '마을만들기'를 뜻하는데 이 법안을 통해 설립된 협의회만 일본전역에 214개(2017년 기준)에 달한다.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인 '록폰기힐스'는 일본이 도시재생에 눈을 뜨게 된 90년대 중·후반에 시작된 사업이다.
▲소통으로 일군 도쿄의 대표 랜드마크 '록폰기 힐스'=
도쿄도 미나토 구 롯폰기에 위치한 '록폰기힐스'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에서도 도시재새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록폰기힐스의 개발사업자는 '모리빌딩 주식회사'로 도쿄 중심가에 '복합문화지구'를 조성한다는 컨셉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상54층(자하6층) 규모의 록폰기힐스 모리타워에는 골드만삭스, 리만브라더스 홀딩스, J-WAVE, Yahoo!Japan, 라이브도어, 라쿠텐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TV아사히 본사, 도쿄그랜드하얏트호텔, 복합영화상영관, 호텔이 위치하고 있으며 저층부에는 루이비통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쇼핑공간과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록폰기힐즈 앞 모리광장에는 록폰기 힐스의 상징물인 거미 조각상(마방)이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날이 흐리고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평일에는 12만 주말에는 평균 18만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는데 연간 관광객만 4천5백만에 달한다.
'록폰기힐스'가 도시재생이 모범 교과서로 주목 받는 이유는 개발과정에 있어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킨 '민관협력 도시재생협의체'에 있다. '록폰기힐스'는 총 17년의 개발 과정에 있어 개발지역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에만 14년을 보냈다. 사업시행 초기 이 지역에 권리를 두고 있던 주민은 약 500여명으로 이들을 중심으로 '마찌쯔꾸리협의회가' 결성됐다. 이 협의체가 재개발조합으로 결성되기 까지 꼬박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는데 간담회만 1천회가 진행됐다. 도시개발 과정이 단 몇 년에 불과한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일본의 도시개발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친다. 도쿄도 도시정비국의 다카하시 홍보국장은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선 개발지역 주민들에 대한 생존권 확보와 개발업자, 관계장국(공무원) 주민협의체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 도쿄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 역시 주민협의체와의 간담회만 최소 수백 회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무분별한 벤치마킹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의 문화와 정서 그리고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통합적인 접근방식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연과 하나 된 도시재생 도심 속의 숲 미드타운=
미드타운 역시 록폰기힐스와 더불어 도쿄를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개발주체는 마쓰이부동산을 비롯한 6개사가 참여 했으며 도쿄도 미나토 구 아카사카 9가에 있던 구 방위청 철거지의 재개발 계획에 의해 세워졌다. 지상54층(지하 5층) 미드타운 타워에는 리츠칼튼 호텔을 비롯해 유명 브랜드 쇼핑몰, 식당가, 오피스, 미술관 입점해 있다. 기능적인 측면에선 록폰기 힐스와 유사해 보였지만 주변 녹지를 연계시킨 자연친화적인 공간 배치가 인상적이었다. 바로 옆에 조성된 히노키초 공원을 다양한 구조물과 게이트로 연결시킨 부분과 건물과 건물 사이에 조성된 작은 정원, 건물 내부를 나무 무늬로 꾸민 실내 장식에서 일본 건축 디자인의 세련미를 느낄 수 있었다. '도시의 고급스런 일상'을 모토로 고급 생활용품과 명품 브랜드로 가치를 높인 미드타운은 연간 3천만 명에 달하는 방문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버려진 인공섬, 랜드마크로 살려낸 도시재생 '오다이바'=
동경 도심에서 남쪽으로 6km떨어진 오다이바(Odaiba)는 본래 인공섬으로 동경 도심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됐으나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오늘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90년대 중반 버블경제 붕괴로 한때 유령도시로 전락하는 위기를 겪었지만 2002년 도시 재생 긴급 정비 지역 지정으로 꾸준한 투자를 유치한 끝에 오늘 같은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오다이바 도시재생에 있어 특이할 점은 기존의 복합쇼핑몰에 랜드마크를 조화롭게 접목 시켰다는 점이다. 화려한 야간 조명이 매력적인 레인보우 브릿지와 구체 전망대가 인상적인 후지TV본사, 18m 실물크기의 건담모형, 세계 최대 규모의 팔레트 대관람차, 오다이바 자유의 여신상 등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랜드마크를 곳곳에 배치하는 한편 모든 명소를 보행자 전용데크로 연결시켜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승화시켰다. 미래 첨단 도시를 추구하는 오다이바와 새롭게 진화하는 일본 도시재생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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