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출근길이 급해 박힌 못을 제거하고 임시로 때웠다. 바람을 채워 넣으니 그런대로 탈만 해 보였다. 어디가 때운 곳인지 찾기 힘들 정도로….
응급처치 후 교체하려고 했지만, 막상 목돈이 들기도 하고 한쪽만 바꾸는 것보다 대충 타다 다른 한쪽도 바꿀 때가 되면 그때 바꾸자 싶어 그냥 탔다.
그러다 몇 개월이나 지났을까. 때운 부분은 오래가지 못하고 또 터져버리고 말았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운이 좋았을 뿐이다.
국민연금 제4차 재정 추계를 바라보면서 오버랩 된 기억이다.
보험료 더 내라고 하고 개혁했다고 할 건가. 또 땜질이다.
월급의 9%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꼬박꼬박 낸 지 15년이 넘어간다. 그런데 이대로 가다간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은 지난 5월 기준 0.49%(연 수익률은 1.16%)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연 수익률이 1%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금운용 수익률은 반토막 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보험료를 더 내라고 채근하는 듯한 모습이 달가울 까닭이 없다.
이참에 폐지하고 그 돈으로 개인연금을 준비하는 게 낫겠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기금고갈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망되자 정부는 이 시기를 늦추기 위해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지급연령을 3년 늦추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료율 인상이나 지급 시기를 늦추는 것은 출산율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미래세대 가입자에게 벌써부터 짐을 지우는 방식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보험료를 올리는 것에 대해 젊은층 반발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점점 보험료는 늘어나고 내는 시기도 길어지는데, 정작 연금 받을 나이가 됐을 때 제대로 혜택을 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기금고갈을 보험료 인상으로만 대비해선 한계가 있다.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또, 다른 연금처럼 국가가 지급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국민 불안을 잠재우는 것도 필요하다.
더 이상은 '땜질'하지 말자.
경제과학부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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