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광복절, 그리고 종전과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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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광복절, 그리고 종전과 비핵화

서준원 정치학 박사

  • 승인 2018-08-20 07:47
  • 수정 2019-04-29 10:31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광복절 행사 규모도 달라지고 장소도 바뀐다. 건국절을 놓고 아직도 역사 논쟁 중인지라,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대한민국은 생일상도 못 받는 처지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건국의 정통성과 맞물린다.

광복절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핑크빛 청사진을 쏟아냈다. 금강산 사업, 개성공단 사업, 경수로 사업,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을 언급하면서 이를 통해 얻어질 경제적 효과를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며 "평화가 경제"라고 강조했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은 애물단지였다. 문을 닫을 때는 그만한 사유가 있었다. 그러기에 문을 열 때도 합당한 설득력이 요구된다. 비핵화와 종전선언 등 미해결 사안은 차치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이런 청사진은 무의미하다.

휴전 상태의 한반도는 종전으로 가야 한다. 한국전에 참가했던 미군 병사와 장성들마저도 한국전쟁을 ‘잘못된 곳에서 일어난 잘못된 전쟁’(wrong place, wrong war)으로 규정했다. 전쟁은 발발 원인과 과정, 그리고 종전과 그 영향 등으로 정리된다.



이젠 전쟁종식을 말하고 있다. 핵을 손에 쥔 북한이 앞장서고 문재인 대통령도 거들고 있다. 미국 역시 저울질 중이다. 누가 더 손해고 누가 더 이익을 챙길 것인지. 종전으로 가는 길이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종전은 전쟁 원인 규명과 함께 책임이 수반된다. 패전국엔 전쟁배상도 요구된다. 이런 절차적 원칙이 묵살된 채 종전으로 가려면 관련국들이 종전에 합의만 하면 된다.

종전이 되면, UN 연합군과 미군철수 건이 자연스럽게 부상된다. 그렇다고 종전을 꺼릴 순 없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선 언젠가는 넘어야 할 걸림돌이다.

독일은 미영불소 4대 전승국의 국제협약으로 분단이 이뤄졌다. 패전국 독일의 부활과 전쟁 재도발을 염두에 둔 국제 공조적 조치였다. 4대 강국이 지닌 열쇠를 내놓아야 통일의 문이 열리는 복잡한 구도였다. 운 좋게도 소련이 응낙하면서 갑자기 통일이 된 것이다. 한반도 종전은 국제적 사안이지만 독일 통일만큼 난제는 아니라고 본다.

비핵화가 어떻게 풀릴지는 오리무중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철도·도로·산림 협력 등 각종 남북 교류·협력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가 제시한 '남북관계와 비핵화'는 별개라는 식의 접근법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북한 석탄수입 의혹처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무리한 시도는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비핵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북미의 전격적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종전과 비핵화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구소련과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등 수준 높은 무기협상 경험이 있다. 전략무기와 핵무기 폐기까지 이끌었던 노회한 협상 상대다. 반면에 북한은 핵협상 경험이 전무하기에 여기저기 훈수를 구하는 처지다.

북한이 다급한 것은 외부로부터 경제적 지원이나 남북관계 개선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북한을 옥죄고 있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허무는 것이다. 북한이 과거에도 합의해 놓고 파기를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에, 우리에겐 북한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존하고 있다.

일전의 판문점 회담에서도 9월 정상회담의 날짜와 의제마저 정하지 못한 것 같다. 여차하면 뒤엎는 북한인지라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도 궁금하다. 청와대는 뭐가 그리 급해 한 해에 정상회담을 서너 번씩 하려는지 모르겠다. 어떤 연유로든 대북제재의 그물망에 우리 정부 스스로가 구멍을 내선 안 된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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