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노마는 원로(元老)를 뜻하는 말임을 삼척동자도 안다. 원로에는 연세 많으신분을 일컬을 수도 있고, 그 분야에 경험이 많은 분도 원로라 일컬을 수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 6·13선거에서 충남지사로 당선된 도백이다. 그는 좌파진영에서 국회의원 네 차례를 경험했으나 행정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그가 좌파진영에서 노마를 찾지 않고 보수진영의 대표 급 노마인 최민호 전 총리 비서실장을 찾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현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애초부터 네 편 내 편, 편 가르기에 관심조차 없던 인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최 전 총리 비서실장은 젊은 층에 속하면서도 행정부지사와 행정안전부 인사실장, 소청심사위원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홍익대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행정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그래서 나이는 젊지만 행정경험으로 봐서 노마 대우를 받는 어른인 것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충남도정의 전설적인 공직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최민호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이 '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조직위원회(조직위) 고문'을 맡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하였다.
최 전 비서실장은 도 정책관리관으로 있던 1996년, 당시 심대평 지사에게 군문화엑스포 개최의 필요성을 설명하여 크게 호응을 얻고 그가 제안한대로 실천하여 성공을 거두었다고 했다.
이왕 최민호 전 실장에 대한 말이 나왔으니 노마지지(老馬之智)에 대한 말 좀 해보자.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때의 일이다.
환공은 재상 관중과 대부 습붕을 데리고 고죽국(하북성)을 정벌하러 나섰다. 전쟁이 의외로 길어지는 바람에 그해 겨울에야 끝이 났다. 그래서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아 귀국하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全軍)이 진퇴양난에 빠져 떨고 있을 때 재상 관중이 말했다.
"이런 때는 늙은 말의 지혜(老馬之智)가 필요하다."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전군이 그 뒤를 따라 행군한지 얼마 안 되어 큰 길이 나타났다. 물론 제나라 군대는 무사히 귀환했다.
한비자는 그의 저서 '한비자'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관중의 총명으로 모르는 것을 늙은 말을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러나,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양승조 지사는 그의 취임사에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도민 여러분께서 맡겨주신 소임을 엄숙히 받들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2018년이면 1인당 GNP가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높고 화려한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대한민국의 위기가 함께하고 있는데 그것은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사회양극화의 위기라고 지적하였다. 그렇게 지적하면서 그는 위기를 위기로 보지 못하면 감당할 수 없는 피해에 직면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선도적 모델을 우리 충남에서 시작하겠다고 하였다.
기대가 크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는 충남 천원군 목천면이 고향으로 어려서부터 어른들을 공경할 줄 아는 효자로 소문나 있는 인물이라 했다. 가정에서 부모 섬김은 물론 밖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면 큰절을 올려 예를 갖추는 인물이라 소문나 있다. 예로부터 효자는 잘못된 길을 걷지 않는다고 전해오고 있다. 거기에 양 도지사는 최 전 실장 같은 원로를 모셔와 그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 하고 있다.
솔로몬 왕의 아들 르호보암은 원로의 말을 듣지 않고 젊은 대신들의 말을 들었다가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지는 비운을 맞았다. 이왕 최 전 총리 비서실장을 모셔 왔으니 '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조직위원회(조직위) 고문'뿐만 아니라 난제에 부딪칠 때마다 그의 지혜를 빌리라고 권하고 싶다.
양지사는 젊어서 패기가 있고, 최 전 실장은 많은 경험에 의한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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