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기 사회부 기자 |
자 반대로, 남성이 술에 취해 했다고 가정하자. 경찰이 과연 머리채를 잡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이 경찰이 여성의 머리채를 잡은 이유는 뭘까. 신체에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괜한 성추행 시비에 말려들까 일종의 펜스룰을 친 셈이다. 여경이 출동했더라면 이런 상황 자체가 벌어졌을까. 물음표가 떠오른다. 그러나 여경이 무조건 거리로 나설 수는 없는 현실이다. 남성 경찰이 술에 취한 여성을 맞닥뜨린건 신고로 인한 출동이 아니였다. 현장을 가니 여성이 술에 취했고, 안전하게 귀가시켜야 했다. 여경을 부르고, 기다리면 시간은 지체된다. 여성 주취자를 볼 때마다 여경을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올 초부터 붐처럼 일었던 me too(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여성과 남성의 경계가 뚜렷해졌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은 성추행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이 경찰의 행동은 이해가 간다고 일선 경찰들은 말한다.
대전 지구대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감대는 더 커진다. 여성 주취자를 만나면 꺼려진다고 한다. 혹여나 모를 사건이 휘말릴까 한걸음 뒤로 물러난다고 한다. 경찰도 어머니가 있고, 부인이 있다. 더 나아가면 딸도 있다. 경찰은 성과 관련된 시시비비에 휘말리면 사랑하는 가족에게 어떤 눈초리를 받을지 두렵다고 호소한다. 본인들도 최대한 조심하고 있지만, 머리채를 잡고 세차게 흔든 것이 아닌, 신체접촉을 피하고자 한 경찰에 대해 관용을 베풀 순 없는걸까. 경찰이 당한 대기 발령 조치는 일선 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매뉴얼이 필요하다. 남성 경찰이 여성 주취자를 만났을 때 어느 선까지 신체 접촉이 가능한지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대기 발령된 경찰에 대한 관용이, 매뉴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방원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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