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혁 작곡가 |
이미 알고 있던 음악. 나만의 얘기일까? 아니다. 여기 열거하는 음악들을 찾아들어 보자. 칼 오르프의 'Carmina Burana' 중 'O Fortuna', 에릭 사티의 '짐노페티',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그렇다. 여러분들도 이미 알고 있는 음악들이 있다. 클래식은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그런데 연주 되는 음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과는 뭔가 다르다. 왜지? 이 물음에 답하며 클래식에 더 가까이 안내하려 한다.
지난 칼럼에서 "클래식의 가치는 긴 세월 연주되며 이어온 '시간'이 증명한다"고 했다. 이번에도 '시간'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시간은 '음악의 길이'다. 알고 있는 선율이 있는 음악을 연주회장 또는 음원을 통해 들을 때 길이가 다르다.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2악장' 역시 내가 들었던 음악보다 훨씬 길었다. 왜 그렇지? 답은 간단하다. 일상 속에서 미디어를 통해 들었던 음악은 상황과 필요에 따라 편집 또는 편곡된 음악, 즉 원곡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원곡을 이미 알고 있는 선율을 토대로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바로 '원곡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다.
구조를 파악하는 첫 번째 열쇠는 '선율의 반복'이다. 선율의 반복의 패턴을 알면 클래식의 구조를 알 수 있다. 베토벤의 '비창' 2악장을 살펴보자. 첫 선율(이하 '주선율')이 제시된다. 이 선율은 장조고 평온하지만 그리움이 느껴진다. 주선율은 옥타브 위로 반복된다. 그리고 두 번째 선율이 나온다. 단조고 그리움으로 인한 슬픔이 녹아 있다. 다시 주선율이 등장하며 슬픔을 위로한다. 주선율에 이어 더 깊은 슬픔이 표현된 세 번째 선율이 등장한다. 이 선율은 단조에서 장조로 바뀌며 그 슬픔은 희망이 되는 듯하지만 단조를 거쳐 다시 주선율로 이어지는데 그리움이 더 강조되고 희망과 기다림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짧은 네 번째 선율이 여운을 남기며 곡을 마친다. 주선율을 중심으로 각 선율 간의 구조를 파악하니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또 베토벤 젊은 시절의 애상감도 느낄 수 있었다.
클래식은 각각 구조와 내용을 갖고 있다. 작곡가는 그 음악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둔다. 이제 음악을 들으며 그의 특별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우리 가까이 있는 클래식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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