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익숙하지 않은 경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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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익숙하지 않은 경험하기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8-1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걸스데이
인간의 행동을 관찰해 보면 반복적으로 학습된 행동, 다시 말하면 익숙한 행동에는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한다고 합니다. 반면에 새로운 상황이나 처음 하는 일을 접하게 되면 인간의 행동은 다소 부자연스럽거나 생소하기 때문에 머뭇거리거나 주저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낯선 상황이나 일이 다시 반복해서 일어나게 되면 처음과는 달리 인간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아마 이러한 관찰 결과에 대해서 부정하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 동안 살면서 알게 모르게 낯선 상황이나 처음 접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경우를 경험하면서 이런 상황을 접해보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현재 익숙하게 하는 일이나 행동도 과거 어느 순간 아마도 처음 접하는 상황이나 일이였을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은 익숙하게 그리고 아무런 거부감 없이 하는 행동도 과거에는 처음 접하는 생소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우리가 처음으로 접했던 상황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맞이한 낯선 환경도 그렇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낯선 외국에 가는 일도 그렇고, 새로운 직장에 첫 출근하는 날도 그렇고, 새로운 부임지로 발령 받아 생소한 환경에서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어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늘 새롭고 낯선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적응하고 순응하며 살아온 것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새롭고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도 조금 시간이 지나고 환경에 적응하다보면 어느새 더 이상 이런 것이 낯설지 않고 익숙하게 되는 것이 정말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이런 익숙하지 않은 것에 적응하는 적응력과 순응력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경우만 보더라도 소위 말하는 상황적응력이 누구보다도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낯선 것을 스스로 거부하고 익숙한 것에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니 말입니다. 만약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적응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급적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것도 나이가 들면서 적응력이 떨어졌거나 또는 귀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라는 의미는 아마도 과거의 경험으로 이미 해보았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그것으로 인해서 불편하거나 불이익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어떤 경험이 불쾌했거나 불이익이 나타난 것이라고 하면 아마도 우리는 그것을 반복해서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어쩌면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무엇인가를 하더라도 불편하거나 불쾌하지 않은 것으로 최소한 불이익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이런 이유로 인해서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살펴보면 주로 익숙한 것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그것을 반복적으로 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약 '익숙한 것'에만 집착해서 익숙하지 않은 것을 기피하게 된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발전이나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기회나 새로운 가능성 등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통해 나타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것을 하려고 하고 새로운 상황을 통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체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것을 하려면 약간의 의지와 새로운 각오가 필요합니다. 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낯선 것과 어색함을 극복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 주말 정말 낯설고 생소하고 어색한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아내와 함께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있었던 아이돌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아이돌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은 평소 생각하지도 않은 것이었습니다. 국내 모 금융기관이 주최한 아이돌 공연에 추첨을 통해 당첨되어 초대장을 받았고, 마침 서울에 갈 일이 있어 별 생각 없이 가게된 것입니다. 공연 시작 두 시간 전에 입장하라는 안내에 따라서 체조경기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우리와 같이 나이가 든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날 입장객들 중에 우리가 가장 고령자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돌 그룹이 출연하고 전혀 모르는 처음 듣는 노래를 부르는데 주변에서는 모두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형광봉을 흔들면서 환호하는 것이 낯설고 생소했습니다. 다행히 두 번째로 출연한 걸 그룹은 그래도 아는 그룹이고 아는 노래라서 조금은 다행이었습니다.

이런 생소하고 처음 접하는 경험에 내심으로 당황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낯선 경험에 당황했던 것이 이번만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보면서 그 동안 살아오면서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수도 없이 많이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했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유학시절 낯선 곳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스스로 모든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했던 것도 그렇고 익숙하지 않아서 실수해서 황당한 일을 겪은 것들도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의 일부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익숙한 일만 하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리고 어떤 일이든지 처음 그것을 접할 때는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렇듯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숙하게 해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생소하고 낯설어서 당황한 것들도 하나씩 경험을 통해서 익숙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차근차근 해가고 경험하면서 우리에게 어느 순간 익숙한 것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비록 힘들고 생소하고 낯선 것들이지만 그것을 익숙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 내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빕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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