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청소년의 음악에 대한 열정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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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청소년의 음악에 대한 열정 신선

미국 내셔널 유스 오케스트라 대전공연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 승인 2018-08-09 10:44
  • 신문게재 2018-08-09 9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오지희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지난 3일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선 미국 내셔널 유스 오케스트라(NYO) 내한공연은 젊음과 열정이 빚어낸 신선한 음악회로 관객의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16~19세의 미국 각 주에서 뽑힌 청소년 연주자들이 기성 전문 오케스트라 단체도 깜짝 놀랄만한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미국 오케스트라답게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우러져 빨간 바지, 검정 재킷, 운동화를 똑같이 갖추고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은 마이클 틸슨 토마스의 단단하고 충실한 지휘 하에 혈기 넘치는 열정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첫 곡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테드 허른(T. Hearne)의 '브라스 택스'(Brass Tacks)가 표현하는 비예측성과 리듬의 불규칙성은 명료한 선율진행과 대비를 이룬다. 평소에 듣기 힘든 독특한 타악기 소리가 튀어나와 클라이막스를 향해 증폭돼가는 재즈풍 울림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골의 시끌벅적한 춤곡이 세련된 현대음악으로 표현된 새로운 경험이었다. 소음에 기반한 현대적 감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오케스트라 연주력이 돋보였다.

두 번째 곡 역시 재즈와 클래식음악을 결합한 20세기 초 미국 작곡가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이다. 프랑스 출신의 뛰어난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J. Y. Thibaudet)의 등장과 미국 청소년 오케스트라와의 만남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는데, 티보데의 투명한 음색과 거슈윈의 야성적인 재즈 음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낼지가 큰 관심이었다. 드뷔시와 라벨을 비롯한 프랑스 근현대 음악의 탁월한 해석으로 유명한 티보데의 피아노 음색은 역시 첫 소절부터 아름답게 들렸다. 오히려 내셔널 유스 오케스트라의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울림이 재즈의 분위기를 강렬하게 풍기고 피아노와 대조를 이루며 생동감 넘치는 미국음악으로 다가왔다. 젊고 자신감에 찬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신나게 즐기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은 저절로 미소를 짓게 했지만,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균형감은 과도하게 오케스트라에 쏠려있었다. 탁월한 테크닉의 소유자인 티보데의 맑은 음색과 서정성은 거슈윈 음악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고 재즈곡다운 좀 더 격렬한 울림을 기대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따라서 앙코르곡을 지휘자와 함께 연주한 프랑스 음악에서 오히려 티보데의 투명한 음색이 빛을 발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마지막 곡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은 훌륭한 지휘자와 미국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재능이 시너지 효과를 거둔 현장 그 자체였다.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 작품이 지닌 정서를 온전히 표현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정확하게 음악을 이끌어주는 지휘자와 신뢰심을 갖고 열과 성을 다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 하나 하나가 모두 힘을 합치니 시벨리우스 음악이 제대로 나온다. 물론 관악기의 개성은 많이 부족했고 정제되지 않은 음향은 시벨리우스 음악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시벨리우스 음악이 표출할 수 있는 북구의 독특한 정념이 유려한 현의 흐름으로 생생하게 전달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와 같이 한국을 첫 방문한 미국 내셔널 유스 오케스트라 대전연주는 단시간에 주요 미국 청소년 오케스트라 실력을 판가름하기에 충분했다. 젊은 그들이 보여준 눈빛과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신선함을 넘어 기성 연주자에게도 적극적인 자극이 됐다.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열정과 긍정 에너지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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