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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는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고 화가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학교에선 시키는 대로 그리라는 꾸지람을 듣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그림 속 아담의 자리에 자신을 그려 겹쳐놓았다가 남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여자라면 집안일을 도맡아야 하며 예술가보단 안정적인 직업을 택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시절이었다. 세상엔 편견으로 물들어있는 사람이 많았다.
베타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고 꿈을 응원해주던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난 뒤 큰 결단을 내린다. 음식을 태운다며 고함치는 아버지에게 '여기에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것만 같다고' 자기 선언을 한 것. 웅크린 새 같았던 베타가 세상의 벽을 거부하고, 넓은 세상을 향해 나가는 모습은 수채화 속에 강렬하면서도 아련하게 표현된다.
마침내 스톡홀롬의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무료 작업실을 갖게 되며 이렇게 한권의 책에 담길 만큼 명망있는 화가가 된 건 베타 한손 스스로의 결정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세상의 아픔도 끌어안으려 노력했던 그녀의 모습은 책 뒤의 일대기와 실제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다. 물빛 가득한 인물들의 표정들과 간결한 글이 긴 여운을 남긴다. 2017년 출간되자마자 스웨덴 최고의 문학상인 아우구스트상을 비롯하여 스뇌볼렌상 '올해의 그림책', 2018년 스웨덴 도서관협회 닐스 혼게숀상을 받았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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