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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통한 혁신성장, 소통이 우선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된 지 40년이 흘렀지만, 과학계는 여전히 정부와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업에 대한 국가적 요구는 밀물처럼 몰려오지만, 대덕특구 내 산학연의 목소리를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집권여당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마련한 간담회에서 과학계 현실을 토로하며 정부의 실낱같은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성화 대학인 KAIST조차 정부의 도움을 받기란 ‘그림의 떡’이다.
KAIST는 글로벌 가치 창출 대학으로 기술사업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일반인 대상 창업보육과 중소기업 서포터를 위한 포닥,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오픈랩까지 KAIST가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최경철 KAIST 산학협력단장은 “정부에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매번 막혔다. 대표적으로 기업의 ‘데스밸리’ 극복을 위해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는데 KAIST가 역할을 해보겠다고 했으나 이마저도 묵살했다”고 말했다.
대덕특구 벤처기업의 수장은 정부의 사고방식이 벤처기업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찬구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장은 “대전의 벤처 환경은 돈이 인위적으로 굴러다니기 때문에 생태계가 형성이 안되고, 정부도 벤처기업 환경의 사고방식도 너무 올드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덕특구는 과학기술단지 가운데 가장 넓지만, 그러나 창의성 보다는 행정적인 장소로 만들어 놨다. 특구에 있는 기업을 활용하는 등 특구를 위한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무원과의 불통도 벤처기업이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박종태 카보엑스퍼트 대표는 “공무원들은 서류상으로 모든 것을 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은 기관의 뼈대지만, 이들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창업은 더욱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큰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목소리도 정부에 도달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장은 “출연연에는 예산이라는 깨지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다. 수십 년 동안 예산 20조원을 부탁하고 요청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정부와 연구소의 갭이 매우 크다. 출연연이 미래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현안 이슈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고위직과 정치권에 과학기술인이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 레벨에서 소통이 되면 더 많은 현안이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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