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치에 실패한 뮤지컬 라이온킹 내한 공연 포스터. |
올해 뮤지컬계 최대 화제인 라이온킹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은 대전을 제외한 대구, 서울, 부산에서 열린다. 뮤지컬 최대흥행작인 데다 최초 내한 공연인 까닭에 20년간 이 작품을 기다려온 문화계 인사들도 아쉬움이 크다. 김상열 대전대 교수는 "라이온킹은 그간 한국에서 공연된 여타의 뮤지컬과 다른 매력을 가진 혁신적인 작품"이라며 "유치에 성공했다면 대전의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열리지 않는 대형 뮤지컬은 라이온킹만이 아니다. 수많은 히트 넘버로 구성된 '맨 오브 라만차'와 창작 뮤지컬의 신화라 불리는 '프랑켄슈타인'도 대전을 피해갔다. '맨오브라만차'는 고양·대구·인천·광주에서 '프랑켄슈타인'은 대구·진주·김해에서 공연된다.
대형 뮤지컬의 대전 공연 불발 이유로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관객층 개발이 미비하다는 점을 꼽는다. 라이온킹 대전 공연 유치를 시도했던 공간기획에서는 라이온킹 내한 기획을 담당한 설앤컴퍼니와 접촉했지만 공연팀 일정과 흥행 불투명성 문제로 대전 유치를 성사하지 못했다. 공간기획 윤광열 대표는 "라이온킹 오리지널팀 공연은 100억 가까이 예산이 드는 대작 중의 대작"이라며 "적어도 60일간의 공연기간에 1500석 규모의 예술의전당 아트홀을 80% 채워야 손실을 보지 않는데 대전에서 이 정도 관객을 동원하기가 어려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대덕대 연극영상학과 허회진 교수는 "관객층 개발은 단순히 인구수의 문제가 아니라 대전 관객이 얼마만큼의 문화적 취향과 문화 향유 의지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뮤지컬이 흥행하는 대구와 달리 뮤지컬의 재미를 경험한 관객층이 부족한 탓에 라이온킹 유치에 실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적절한 시설을 갖춘 대규모 공연장이 부족한 실정도 유치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전예술의전당에만 의존하는 탓에 최소한의 공연 기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전시 자료에 따르면 대전의 경우 1200석 규모 이상의 공연장이 예술의전당과 정심화홀뿐이다. 그나마 정심화홀은 뮤지컬 공연에 필요한 시설이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 공연 기획자들로부터 나온다.
이에 반해 대구의 경우는 1200석 규모의 공연장이 11곳에 달한다. 공간기획 윤광열 대표는 "맨 오브 라만차의 경우 6월 삼총사 공연 일정과 겹쳐 대전예당 대관에 실패했다"며 "대전에 공연장이 충분히 많았다면 올릴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아쉬워했다.
라이온킹 유치 실패를 계기로 대전 문화계에선 콘서트홀 건립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대전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콘서트홀이 건립돼 예당 아트홀과 역할을 나누어야 대전의 공연이 더 풍성해줄 수 있다"며 "많은 공연을 유치해야 관객층이 개발되고 더 다양한 공연을 시민들게 선보일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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