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모르면 누구나 왕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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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모르면 누구나 왕초보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8-0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서정범(徐廷範, 1926년 9월 23일 ~ 2009년 7월 14일)교수는 경희대학교에 재직하였습니다. 우리말을 연구하는 학자로, 시인, 수필가로 우리 어문발전에 크게 공헌하였으며, 주옥같은 많은 저서를 남겼습니다. 부단한 탐구열정으로 철학, 민속학, 사회학에도 일가를 이루었다 들었습니다. 20여 년 전 『무녀별곡』을 읽은 바 있습니다. 전국의 무속인 3 ~ 4 천명을 만나 연구 분석하여 집필한 책입니다. 쉽고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풍성한 정보를 구수하게 풀어내, 꽤 많은 분량이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보니, 『한국무속인열전』(전7권, 2002)으로 복간되었더군요.

많은 종교들이 귀신을 이야기 합니다. 서정범 교수는 "귀신은 없다. 잠재된 공포감의 표출일 뿐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무속인의 신기에 대하여, 통찰력과 정신감응이나 초감각적 지각과 같은 초능력이 있다고 결론 내기도 하더군요. 개별적 차이야 있겠지요, 신이 내린 후 2 ~ 3년간 지속되다 점차 소멸된다합니다. 필자가 아는 몇몇 무속인에게 질의한 결과 그들도 그를 인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특별한 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산천기도와 심신수련 같은 부단한 노력을 치열하게 한다더군요. 문제는 능력을 잃고 난 다음에도 전과 동일하게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거짓 언행을 한다는 말이지요. 그것이 사기와 같은 사고로 발전, 사회문제화 되기도 합니다.

비단 무속뿐이 아닙니다. 종교가 주머니를 차게 되면 변질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종교 타락이 재물에만 있는 것도 아니겠지요. 가치 판단 기준이 재물이 되면, 본연의 자세를 잃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미 종교이기를 포기한 것이지요. 간판만 종교입니다. 세상에 이로운 것이 아니라 종교인만 유익한 집단이 되고 맙니다. 이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됩니다.

퇴직자나 전직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그 하나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잘못된 시각입니다. 경이로움을 갖거나 아주 쉽게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특히, 신분이 보장된 직종, 대내외로 극한 경쟁이 없는 분야에 종사해온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지요. 체계적 지원, 교육 및 상담기관이 있지만 간과하거나 무시합니다.



경이롭게 생각하는 쪽은 한 번 깊이 빠져들면 그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종교나 특정 집단에 빠지는 것이 그렇습니다. 이런 세계가 있다니, 인생을 헛살았구나 하며, 그나마 일구어 온 모든 것을 거기에 바칩니다. 재기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서야 깨닫게 됩니다. 사기를 당하는 것이지요. 바로 앞에 언급한 내용입니다.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사람이 더 나쁘지요. 그에 빠지는 것도 못지않은 잘못이요, 어리석은 입니다.

쉽게 생각하는 쪽은 이렇습니다. 자신의 눈에 세상 모두가 돈으로 보입니다. 성공이 눈에 훤히 보이지요. 이렇게 저렇게 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에 쩔쩔매는 모습이 우습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세상 사람이 참 허접하고 어리석게 보이지요. 그리하여 사업이라는 것을 시작합니다. 퇴직금이며 연금 등 일생 모은 재산 모두 털리고 나서야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누구도 결코 사기 친 것이 없습니다. 감언이설로 속인 것도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 것이지요. 원래 영업은 거짓이 아니면서 호감을 갖거나 실제 보다 크게 느끼도록 말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만, 아는 만큼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실수하게 됨을 명심해야 합니다.

쉽게 생각하는 사람의 또 하나 실수는 자신의 일천한 경험으로 세상과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일입니다. 비록 작아보여도 그 속에 얼마나 많은 눈물과 땀이 고였는지 모릅니다. 매사에 알알이 박힌 지혜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도전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일을 두려워하란 말도 아닙니다. 충분히 검토하고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본인이 걸어 온 길을 먼저 돌아보십시오. 흡족하거나 쉬웠다면, 십중팔구 일자체가 난이도가 얕았을 것입니다. 어려웠다면 다른 일도 그 이상 어렵다는 생각을 하여야 합니다. 수십 년 하고도 이루지 못했는데 다른 일이라고 쉽게 이룰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요? 오랜 시간 검토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닙니다. 적어도 하려는 일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경쟁세력, 세상의 변화는 파악하고 자신만의 창의성을 곁들여야 합니다.

늦게 사업을 시작, 부도내고 고전하는 친구가 있어, 답답한 마음에 생각이 가는 대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았어도, 모르는 분야에 들어서면 당연히 초보지요. 우리가 경험한 세상은 지극히 작은 부분입니다. 모래알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더구나 초행길은 쉽지 않습니다. 준비를 아무리 잘 해도 반드시 복병이 있음도 알아야 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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