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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는 아기를 가졌어요. 어머니, 나는 아기가 죽어버리기를 빌어요.'
만주의 낙원위안소에 살고 있는 열다섯 살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 '나'는 열세 살 때 중국으로 끌려왔다. 함께 생활하는 10명의 조선인 위안부들 역시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 군인에게 납치를 당해, 직업소개소로부터 사기를 당해, 부모나 양부모가 팔아넘겨서 오게 된 사람들이다.
삶 자체가 고통인 위안소에서 아기를 갖게 된 건 소녀에게 또 다른 절망일 뿐이었다. 소녀는 날마다 흐르는 강물에 손가락을 대고, 보고픈 어머니를 향해 편지를 쓴다.
자신이 이 곳에 오게 된 까닭을 이해하는 것도, 일본군에게 살아 돌아오라고 빌어줘야 하는 일도, 참기 힘든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소녀에겐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나 소녀는 자신이 품은 생명이 자라나는 동안 같은 조선인 위안부, 일본 군인들, 중국 마을의 민간인 등이 끊임없이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목도한다. 그리고 그 죽음의 행렬에서 역설적으로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삶의 의지임을 깨닫는다. 얼굴을 강물에 묻자 들리는 집에 가고 싶다는 말. 소녀는 강물에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아가야, 죽지 마…'라고 편지를 쓰게 된다.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담았기에, 작가 김숨 역시 소설을 쓸 용기가 생기는데 2년여가 걸렸다고 한다. 문학이 역사를 기억하고 고통을 연대할 수 있도록, '살아남은' 사람들을 향한 문학적 바람과 의지를 담는데 걸린 시간이다. 이제는 소녀의 편지를 읽는 동안 절망이 희석되어 희망이 될 시간이 흐를 차례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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