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위안부 소녀가 목격한 죽음의 행렬과 삶의 의지… 김숨 작가의 '흐르는 편지'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위안부 소녀가 목격한 죽음의 행렬과 삶의 의지… 김숨 작가의 '흐르는 편지'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승인 2018-08-02 13:20
  • 수정 2018-08-05 10:41
  • 신문게재 2018-08-03 9면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흐르는 편지
 현대문학 제공


'어머니, 나는 아기를 가졌어요. 어머니, 나는 아기가 죽어버리기를 빌어요.'



만주의 낙원위안소에 살고 있는 열다섯 살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 '나'는 열세 살 때 중국으로 끌려왔다. 함께 생활하는 10명의 조선인 위안부들 역시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 군인에게 납치를 당해, 직업소개소로부터 사기를 당해, 부모나 양부모가 팔아넘겨서 오게 된 사람들이다.

삶 자체가 고통인 위안소에서 아기를 갖게 된 건 소녀에게 또 다른 절망일 뿐이었다. 소녀는 날마다 흐르는 강물에 손가락을 대고, 보고픈 어머니를 향해 편지를 쓴다.



자신이 이 곳에 오게 된 까닭을 이해하는 것도, 일본군에게 살아 돌아오라고 빌어줘야 하는 일도, 참기 힘든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소녀에겐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나 소녀는 자신이 품은 생명이 자라나는 동안 같은 조선인 위안부, 일본 군인들, 중국 마을의 민간인 등이 끊임없이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목도한다. 그리고 그 죽음의 행렬에서 역설적으로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삶의 의지임을 깨닫는다. 얼굴을 강물에 묻자 들리는 집에 가고 싶다는 말. 소녀는 강물에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아가야, 죽지 마…'라고 편지를 쓰게 된다.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담았기에, 작가 김숨 역시 소설을 쓸 용기가 생기는데 2년여가 걸렸다고 한다. 문학이 역사를 기억하고 고통을 연대할 수 있도록, '살아남은' 사람들을 향한 문학적 바람과 의지를 담는데 걸린 시간이다. 이제는 소녀의 편지를 읽는 동안 절망이 희석되어 희망이 될 시간이 흐를 차례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1.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2.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5.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