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네아스 제공 |
18세기 청(淸)제국에 포교를 온 프랑스 선교사가 있었다. 쟝-밥티스트 레지라는 이름의 그는 옆나라 한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황실 서고에 보관되어 있던 중국 측 사료를 통해 조선의 역사를 적어 놓는다. 그 내용 중에 고조선의 역사도 있었다. 고조선이 한반도와 만주의 강국으로 중국 최초의 나라인 하왕조(夏王朝) 이전 요(堯) 임금 때 존재하였으며, 때때로 중국과 맞섰던 강한 나라였다는 정치·군사적 기록이다.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환웅의 전설이나 신화가 아닌, 진짜 역사의 흔적이다.
그러나 이 역사는 300년이 지난 현대에서야 빛을 보게 된다. 당시엔 프랑스인 신부의 글을 번역할 수 있을만한 전문 역사가가 부족했고, 현재 한국고대사학계 주류 견해와 배치된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레지 신부의 기록은 200년 후인 20세기 초 한국의 독립운동가였던 김교헌, 박은식, 유근 등이 써내려간 한국 고대사의 기록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몇 백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이런 기록의 일치는 고조선과 관련된 한국고대사가 처음부터 다시 쓰여야 한다는 것을 전해준다. 책의 서장에는 고조선 연구의 쟁점들이, 본문에는 신부의 프랑스어 사료를 정리한 해제가 담겼다. 출간 전 원고를 접한 독자들과 나눈 질문과 답변들을 통해 기존 한국고대사 연구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도 지적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