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
당시에는 에어컨이 귀했다. 방송국에도 주조종실과 스튜디오 두 곳만 에어컨이 달려 있을 정도였다.
사흘에 한 번씩 돌아오는 숙직 날이 되면 즐겁다. 푹푹찌는 하숙방보다 방송국 에어컨(당시는 벽걸이가 아닌 벽을 뚫어 설치) 밑에서 '꿀 잠'을 잘 수 있기 때문.
그런데 '에어컨 사랑' 직원이 얼마나 많았던지 숙직이 아닌데도 늦은 시간만 되면 스튜디오로 출몰(?)한다.
한 잔 걸친 선배가 "나 여기서 오늘 자고 갈테니 신경쓰지마!"
당시에는 신입 시절이어서 모두 선배들 뿐이니 선배가 자겠다니 어쩌겠는가?
밤11시 마감뉴스 시간이 되었다. 선배는 이미 스튜디오 바닥에 사무실 의자 방석을 갖다가 깔고 취침 중이었다.
선배를 바닥에 방치한 채(?) 뉴스 생방송이 시작된다.
"오늘 경포대 해수욕장에는 30만명의 피서객이…(중략)."
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생방송 중인데 선배가 코를 골기 시작한다.
뉴스 내레이션 도중 말할 수 없으니 탁자 옆에서 자는 선배를 발로 '툭툭' 칠 수 밖에….
효과가 있었는지 멈춘다. 그러다 다시 코골이 재방(?) 시작! 또 발로 친다. 다시 멈춘다.
'코 골이' 신경쓰느라 어떤 내용을 방송했는지 기억도 못할 정도!
그 시간 청취자는 아파트 위층이나 옆집에서 들리는 소리로 착각하지 않았을까? 음주 손님을 태우고 가던 운전자는 범인이(?) 손님?
만약, 혼자있는 조용한 집에서 밤에 '코 골이' 소리가 들렸다면 공포영화 급?
하여튼, 하늘같은(?) 선배를 몇 번씩이나 발로 찬 후배가 대한민국 방송국에 또 있을까? 박붕준(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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