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먹고 쇼핑도 하고 책도 읽고, 한 곳에서 모두 할 수 있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햇볕이 들지 않는 ‘땅’의 아래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물과 산을 찾아 도심을 벗어나기도 하지만, 시원한 도심 속 지하에서 복합문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대전 중구 중앙로지하상가다.
일단 시원하다. 걷다 보면 어깨를 부딪칠 만큼 사람이 많지만, 폭염을 잊을 정도로 딴 세상이다.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들을 살 수 있고, 먹거리도 다양하다. 때만 되면 문화공연도 한다.
한 매장 주인은 “너무 더워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이 많아졌고, 덩달아 장사도 더 잘 된다”고 말했다.
한 바퀴 돌고 나면 지하상가와 연결된 대형 쇼핑몰과 서점, 카페 등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자녀와 함께 나온 아빠는 “청포도 주스를 먹으며 구경을 하고 나면 계룡문고로 가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본다”고 했다. 덕분에 계룡문고를 비롯해 인근의 맛집과 카페 등도 매출이 늘고 있다는 게 대흥동상가연합회 측의 전언이다.
대전역전과 중앙로지하상가는 대전시민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이자 경제와 문화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옛 충남도청사 인근의 지상은 공동화 현상으로 상권이 침체 됐지만, 이곳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비결도 바로 ‘지하’라는 특수한 공간 덕분이다.
지하 공간 개발이 도시 경쟁력과도 일맥상통함을 보여주는 적절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지하공간을 더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곳이 ‘둔산지하상가’다.
둔산지하상가는 대전시청 북문을 등지고 왼쪽으로는 갤러리아 타임월드까지, 오른쪽으로는 크로바 네거리까지, 정면으로는 서구청까지 ‘T’ 자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500여개의 점포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예술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 상가다.
국토부가 2017년 도로 상공과 하부 공간에 민간이 문화 상업 시설 등 다양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선하면서 탄력을 받았지만, 타당성 부족으로 지난해 6월 대전시로부터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개발이 잘만 되면 침체기에 접어든 둔산권 일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선 7기 허태정 대전시장의 둔산권 대표적인 지상공약인 센트럴파크 조성사업과 함께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국토부의 개선처럼 도로를 자동차만의 전유물로 여기는 인식에 변화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워낙 대규모 사업이라 검토할 사안도 많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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