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관음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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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관음 사회'

  • 승인 2018-08-01 09: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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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서울에서 모텔 3곳에 CCTV 17대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객실 '몰카(몰래 카메라)' 영상을 전송받아 녹화해 온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4년간 2만개가 넘는 영상을 저장했으며, CCTV는 주로 객실의 TV 하단부나 스피커 등에 설치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얼마 전엔 건물 옥상에서 전문가용 망원카메라를 이용해 맞은편 오피스텔에 사는 여성의 집 안을 도촬(도둑촬영)한 범죄자가 검거되는 한편, 영월의 한 관광지에서는 여성 화장실 출입문에 스마트폰을 넣어 둔 커피방향제 케이스를 걸어두고 동영상을 촬영하다가 발각된 사건도 있었다.

피서철을 맞아 전국이 '몰카와의 전쟁'으로 시끄럽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 2400건이던 몰카 범죄는 2015년 7623건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6년 5185건으로 주춤했으나 지난해 6470건으로 다시 늘었다. 특히 여름 휴가철에 범죄가 집중돼 지난해 7월 1일부터 8월 20일까지 검거된 몰카 촬영자와 영상 유포자는 983명에 달했다. 또한 2007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몰카 범죄는 3.9%였으나 2015년 24.9%로 급증했다.



몰카 범죄가 급증하는 이유는 초소형 카메라를 인터넷으로 손쉽게 구입 가능하고 처벌 또한 가볍기 때문이다.

몰카는 찍은 사람(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도 유포자(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도 함께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이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서울지역 법원에서 선고된 몰카 사건의 판결 1540건 중 벌금형이 전체의 71.97%에 달했다. 그 중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79.97%를 차지했다. 이어 집행유예가 14.67%, 선고유예가 7.46% 순이었다. 징역형은 5.32%에 불과했다.

몰카가 사회적 큰 이목을 끈 데는 1990년대 한 예능프로그램의 영향이 컸다. 당시 비슷비슷했던 오락 프로그램의 성격을 과감히 탈피한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코너는 스타들의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일부의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예인뿐만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사회 저명인사들의 인간적인 모습은,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더불어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카가 범죄라는 인식이 미흡해 피해자들도 쉬쉬하며 공포에 떨기만 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O양 비디오', 'B양 비디오' 사건 등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되면서 음지에서 횡행하던 도촬, 몰카 등에 대한 피해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정부는 부랴부랴 몰카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범죄 기법은 갈수록 진화해 스마트폰, 초소형 카메라에 이어 드론까지 몰카에 동원되면서 경찰뿐만 아니라 지자체, 정부까지 나서서 특단의 대책들을 쏟아내기에 이르렀다.

언제쯤이면 '관음 사회'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얼마 전 가 본 피서지에서 가장 이색적인 풍경은 바다도 해변도 섬도 아닌 화장실이었다.

해변가 공중화장실 각각의 룸에는 변기 쪽을 제외한 삼면을 칠 수 있도록 커텐이 설치돼 있었다. 피서철을 맞아 더욱 극성인 몰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임시 조치였다.

화장실 들고 날 때 마다 커텐을 치고 걷기를 반복하자니 번거롭고 답답하기는 하지만 혹시 모를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하게 된다.

'도둑질한 물이 달고 몰래 먹는 떡이 맛이 있다(잠9:17)'지만 화장실에서조차 맘 편히 볼일을 보지 못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현옥란 편집부장

현옥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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