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지만 승차권을 사려는 사람도 없이 텅빈 서남부 터미널 오전 풍경 |
4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덮치는 여름날, 그나마 터미널 내에서 냉방이 되는 대합실에는 두 사람이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대전 중구 유천동 465-1번지에 4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남부터미널의 오전 풍경이다.
서남부터미널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 이용객 없는 도심 속 폐허
중. 버스회사는 떠나고 상권도 붕괴
하. 터미널 축소하고 활용방안 모색 필요
1979년 세워진 서부터미널, 지금은 '서남부터미널'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처음 운영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부지 1만 5085㎡·건축 전체면적 7424㎡의 대전 최대규모 터미널이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8000명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서남부터미널은 '터미널 기능'을 빠르게 상실해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불거진 대전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의 부실 경영으로 인해 승차권 매표대금이 운수사업자에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면서 시작된 악순환이 원인이다. 이후 서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노선들이 잇따라 유성정류소나 용전동 복합터미널로 빠져나가면서 더 심각해졌다.
TV가 나오는 대합실엔 기다리는 승객은 2명 뿐이다. |
터미널 운영자인 (주)루시드 관계자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700만원 수준이다. 138억원이 넘는 경매가에 비하면 투자 대비 수익이 0.2%에 불과하다"며 "심지어 올해는 예상 손해액이 3억1000만원(-2.29%)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급속한 이용객 감소가 이를 뒷받침한다.
올 1월~5월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은 500명 남짓에 불과하다.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30명을 갓 넘어 그야말로 '시내버스 정류장' 수준이다. 올 5월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은 535명에 불과하다. 무려 15분의 1로 줄어들었다.
현재 12개 노선이 하루 164차례 운행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노선은 공주와 보령, 서천, 논산, 연산 등 충청권에 집중돼 있다. 다른 지역은 전북 전주, 군산 2곳만 하루 2차례씩 운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수요가 좀 있는 지역이 보령과 서천 노선인데, 용전동 복합터미널에서도 이용할 수 있어 교통편이 좋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서남부터미널은 외면당하고 있다.
수익창출을 위해 지난 4월 10일부터 인천공항 노선을 하루 4회 신설했지만 실제로 이용하는 승객은 많지 않다. 인천공항 노선이 있는지도 모르는 시민이 대부분이다.
새벽 시간에는 인적은 더 뜸하고 어두운 데다, 발권창구도 열리지 않아 자동발매기를 이용해야 하는 등 불편이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변의 상권쇠락은 물론 슬럼화가 진행되면서 터미널 주변은 야간엔 지나다니기도 힘들 정도다.
서남부터미널 인근에서 20년째 장사를 하는 상인 김모 씨(60대)는 "터미널 주변은 어느 도시라도 사람이 모여들기 마련인데 서남부터미널은 여기까지 오는 시내버스도 거의 없어 사람이 찾지도 않는다. 장사해도 손해만 나고 있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원영미 기자
손님이 없어 1곳만 열려있는 매표창구 |
임대 수요가 없어 셔터가 내려져 있는 상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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