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무렵 어둠이 깔린 대전 서남부 터미널 전경. 오후에는 찾는 사람이 더 없다. |
대책 없이 쇠락해가고 있는 서부터미널을 바라보고만 있는 주민과 상인들은 답답한 마음이 크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나오는 도마동 주택가의 재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대전의 '신흥 주거지역'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유등천 라인'을 따라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유천동은 좀처럼 상권이 살아날 기미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몇 개월 전 인근에 초고층(49층) 공동주택인 '유등천 파라곤'이 들어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지금은 감감무소식이다.
이들은 이대로 가다간 '우범지대'로 전락할 것이 뻔한 서남부터미널 부지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인근 아파트 주민 이모 씨는 "밤이면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불 꺼진 터미널이 너무 으스스하다. 집 주변에는 모텔들만 보이고 그나마도 장사가 잘 안되는지 외관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 동네가 더 노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상인은 "이용객도 거의 없는 서남부터미널을 당초 대전시가 계획했던 대로 유성복합터미널로 이전하고, 이 주변 상권을 살릴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터미널 부지를 개발해 상권회복을 주도하면 개발 분위기가 주변까지 확장되는 연쇄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시민 불편 가중 등으로 터미널 운영이 불가피하다면 일부 부지에 '간이 시외버스정류소'를 운영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서남부터미널 내부에는 '깡통 사무실'로 불리는 쪽방 같은 건물이 대략 20실 정도 공실로 방치돼 있다. 이 건물은 빈 상태로 지 5~6년이 넘어 폐가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또 얼마 전까지 금남고속이 사무실로 사용하던 4층 건물도 지금은 굳게 닫혀 있다.
이렇게 '그냥 놀리는' 면적만 해도 4297㎡(1300평)에 달할 정도다.
서남부터미널 관계자는 "건물들이 너무 낡아 리모델링도 불가능하지만, 고쳐서 임대한다고 해도 유동인구가 없는 터미널에 누가 와서 장사를 해보겠다고 들어오겠느냐"며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방치하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터미널 부지는 상업용지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구청은 물론 대전시도 기능을 상실한 서남부터미널과 유성복합터미널 이전 따른 대책 등에 해법을 내놓을 때가 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주로 이용하는 승객이 고령층인 데다, 갈수록 이용객이 줄고 있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운수사업자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려면 '교통약자편의시설 구축' 등과 같은 사업 아이템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사실상 현재는 대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유등천이라는 좋은 여건을 갖춘 곳으로, 활성화 차원에서 주거와 상업이 가능한 방안을 고려하는 것도 좋다"며 “너무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영미 기자
'폐가'를 연상시키는 서남부터미널 부지 내에 방치되고 있는 깡통 사무실. |
깡통 사무실에 걸려있는 달력의 날짜는 2013년 11월에서 멈춰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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