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부모라는 이름으로 사는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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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톡] 부모라는 이름으로 사는 어려움

김소영(태민) 수필가

  • 승인 2018-07-2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부모
게티 이미지 뱅크
아이들이 고3이 되면 부모로서 딱 하나 해주는 것이 있다. 아침에 차로 등교를 시켜주는 것이다. 두 아이 모두 일반 학교보다 다소 교통이 불편하지만 그것을 감수하고 아이들 스스로 선택해서 간 학교라 그동안 불평 없이 잘 다녔었다. 하지만 딱 1년, 등교를 시켜준다는 것은 힘든 고3 시기를 조금 덜어주는 것이다.

이른 아침에 등교를 시켜주다 보면 대부분 지쳐 조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차에 타자마자 재미있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하니 신이 나서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차에서 내릴 때 인사하는 목소리에 흥이 들어간다.

2010년 하버드 로스쿨 졸업생 589명 중 상위 1퍼센트인 6명에게 최우수 졸업의 영예인 '수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가 주어진다. 한국인 최초로 라이언 박이 이 상을 받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다른 한국 학생들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하버드 로스쿨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일까? 또한 모든 과목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였던 것일까?



그의 말에서 우리 예상이 빗나갔음을 알 수 있다.

"각각 개인은 서로 다른 능력을 타고난다. 내겐 법률이 가장 쉽고 자연스럽게 다가왔지만 다른 건 그렇지 않았다. 언어엔 별로 재능이 없는 것 같다. 공부를 오래하면 성적이 좋아진다고 믿는 것 자체가 실수다. 학업이란 마라톤과 같다. 마라토너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적게 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열심히, 너무 빨리, 너무 오래 뛰는 것이다. 결국 정신적인 마라톤을 뛰어야 할 때는 쓰러지고 말 거다. 내가 다닌 앰허스트 칼리지에서 아트, 생물학, 철학, 수학 등의 다양한 과목을 탐험하듯 마음대로 듣고 생각의 지평을 넓힌 게 로스쿨에서 큰 도움이 됐다."

한국 학생들의 성적은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우수한 편이다. 그런데 대학만 가면 학습 경쟁력이 곤두박질한다. 재미동포 김승기 박사에 따르면,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한국인 학생 가운데 44%가 중도 탈락한다고 한다. 그것은 한국 학생들이 지나친 입시 위주의 교육에 매달려 인격적인 수양이나 창의적인 사고체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에 들어가는 데만 노력을 기울이지, 들어간 다음에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는 분석이다. 대학이나 대학원의 공부 환경은 철저히 자기주도 학습을 요구한다. 그런데 타율에 의한 학습에 익숙한 한국 학생들이 부모와 교사의 강요에 의한 공부에서 해방되는 순간, 공부의 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학습 컨설턴트인 박재원 비상교육공부연구소장은 공부는 장기 레이스인 만큼, 무한질주에 매달리면 완주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다.

유대인에게 교육은 삶 자체다. 공부란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통해 이어지는 마라톤 경주이다. 유대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익힌다고 한다. 유대인의 교육방식이 대화와 토론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유대인들이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배경이라고 한다. 유대인의 교육 생산성이 뒤늦게 빛을 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녀의 성적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대인들은 개성을 존중하기에 당장의 성적에 연연해 아이들을 다그치거나 무리한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성적보다는 배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공부에 대해 흥미와 자신감을 갖도록 유도한다. 한국 부모들처럼 한번 경쟁에서 뒤지면 평생 낙오할까 두려워 성적에 집착하기보다는 아이의 성장단계에 맞춰 잠재력과 가능성을 키워주는 데 주력한다. 개성을 잘 살려주면서 자기 페이스대로 꾸준히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게 성공확률이 가장 높다는 말이다.

유대인들 자녀교육처럼 어릴 때부터 대화와 토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키운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다행이도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교부터 스스로 자신들이 맞는 학교를 찾아갔다. 아들은 대학까지 알아서 들어갔고, 딸아이는 공부보다도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학교를 가서 부러울 정도로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하며 아주 만족한 여고시절을 보냈다. 그 모습이 좋다.

'친구 같은 엄마, 존경받는 엄마, 멋진 엄마. 이런 엄마노릇이 그리 쉬운 일인가.

부모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것은 아이들의 훗날까지도 부모의 책임으로 돌아오는

채무자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옥경 '부모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것은'-

김소영(태민) 수필가

김소영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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