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번 이상 산행 하려고 노력합니다. 생활이 규칙적이면 정해진 시간에 운동 하면 되지요. 운동은 해야 되겠고 생활방식이나 행태는 일정하지 않아, 나름 찾은 방법입니다. 체력문제로 다른 일정이 있으면 산에 가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몇 번 거르다 보면 몇 개월도 그냥 지나치게 되지요. 다시 마음을 다잡곤 하여, 대체적으로 꽤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습니다. 주로 새벽시간에 가지만, 낮에도 가고, 횟수를 채우기 위해 더러 야간 산행도 합니다.
예전에 농사일하던 어른들 말씀입니다. 새벽에 한나절 일을 한다 하였지요. 지금 살피니 시간상으로도 한나절과 같습니다. 한여름엔 더위를 피하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어려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공부하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도시생활과 시골 생활의 차이쯤으로 생각하지요. 따로 하는 일이 있어, 다른 사람 피하려고 시간을 앞당기다 보니 새벽산행이 되었습니다. 해 보니 시간활용 측면에서 엄청나게 효율적이더군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으면서 자기관리가 가능하지요. 컴컴할 때 집을 나서 산에 오릅니다. 산위에서 아침 해를 만나지요.
조각 빛이 부서지는 모습은 정녕 찬란합니다. 재잘거리며 먹이 활동하던 새들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시가 절로 나오지요. 산이 살며시 가슴을 열면 / 등성이 새들이 / 통통 튀는 조각 빛 / 수다를 떠네 // 홍복에 겨운 모습 / 부러워 / 가만히 귀 기울이니 / 어릴 적 / 뒤꼍 대숲에서 / 아침마다 참새들이 들려준 말 / 곳간은 욕망의 산실이요 / 불행의 씨앗이라네 / 쌓아 둘 곳 없으니 / 천지가 다 제 창고라네 // 준비되었을 때만 들리는 말 / 귀에 마음이 없으면 / 그저 나무 사이를 누비는 바람이네.
오르다 보면, 거미줄이 몸에 달라붙습니다. 첫 번째 길손이란 뜻이겠지요. 밤샘 작업을 도로아미타불徒勞阿彌陀佛로 만들어, 거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 잡으려 집 지은 것은 아니겠지요. 사람 다니는 길은 자기 땅이라도 가로막지 못한다는 관행을 거미가 모르나 봅니다.
식장산 생태공원에 터 잡은 흰뺨검둥오리 |
다른 야행성 짐승도 많이 만나지요. 호수 가로지르는 수달 한 쌍을 만나기도 합니다. 수달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1.2m정도 내외가 되지요. 물위에 나타난 모습이 좁고 길어, 처음엔 이렇게 큰 뱀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나하고 놀랐습니다. 눈여겨보는데, 고개 돌려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림책에서나 보던 수달이었어요. 놀라움이 반가움으로 돌변합니다. 사진 한 장 찍을 겨를도 없이 재빠르게 물속으로 숨더군요. 보고된 사실인지 모르겠습니다. 환경오염으로 낙동강 하류, 지리산 부근, 오대산 부근 하천에 아주 적은 개체 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천연기념물 330호입니다.
놀라 후다닥 뛰어 달아나는 고라니도 봅니다. 잠을 깨우나 싶기도 한데, 새순 잘라 먹는 모습을 볼 때도 있습니다. 개체수가 많은 가 봅니다. 고라니가 머무는 곳 서너 군데 알지요. 그들 영역이 침해될까 염려되어 가까이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텃새가 된 철새도 다수 만납니다. 높이 500m 내외 되는 곳에는 까마귀가 터 잡고 살더군요. 계족산, 식장산, 대둔산, 계룡산 등 중부 지역 여러 산에서 목격했습니다. 물가에는 흰뺨검둥오리가 완전히 터 잡고 삽니다. 1960 년대부터 우리 강 유역 초지에서 번식을 시작, 이제 흔히 말날 수 있는 텃새가 되었답니다.
식장산(食藏山) 산행 중 만난 몇몇 벗들을 소개하였습니다. 식장산은 현재 대전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623.6m)입니다. 남동편 능선 따라 옥천군과 경계를 이루지요. 사시절 물이 흐르고, 오래 된 수목이 많아요. 비교적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있어 대전광역시가 자연생태보전림으로 지정하였습니다. 동구청 자료에 의하면 78과 187 속 224종 45변종의 식물과 노루, 다람쥐, 살쾡이, 너구리, 박쥐 등 포유류 45종, 조류 100여종, 파충류, 양서류 등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의 보고랍니다. 한낮, 꽤 긴 계곡에 빼곡히 들어찬 많은 사람들이 인기 있는 시민 휴식처라 웅변해줍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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