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에서 드러나듯, 불가항력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개 인물 유형이 겪는 심리적 갈등과 고통, 행동양식을 생생하게 묘사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1828~1910)는 말년에 이르러서도 삶의 의미에 대한 지적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작가의 명성과 다복한 가정으로 소위 성공적인 삶을 누렸음에도 톨스토이는 오히려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진정한 그리스도교 실천에서 답을 찾은 톨스토이는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천사를 통해 자신의 도덕관과 종교관을 분명히 드러낸다. 인간이 사랑 안에서 살아가야 하며 사람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있기에 살아간다는 삶의 최종 의미를 말이다.
대전시립합창단 첫 곡은 영화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이었다. 러시아 무도 장면에 등장했던 재즈풍 왈츠가 엘렉톤 전자악기로 실감 나게 표현되면서 관객은 곧바로 이야기에 집중했다. 워낙 톨스토이 소설의 메시지가 간명하고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기에 내레이션의 차분한 목소리와 영상의 그림이 엮이면서 관객은 문학이 지닌 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장르와 합창, 독창이 이야기 흐름에 따라 변하는 방식이라 한 시간 정도 짧은 구성임에도 원작이 갖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는 효과가 컸다.
한편 이번 공연은 미리 고등학교에서 6번에 걸쳐 연주한 마지막 무대였다. 일반인들이 문학과 음악을 연결해서 보기에는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계몽적이며 교육적이었지만, 고등학생이 예술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데는 주효했다. 반면 줄거리 소개에 치중한 흥미 위주의 음악이었고 개개 곡의 특성을 민감하게 반영하지 못한 음악표현의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합창과 독창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탁월한 문학과 결합한다면 대전시립합창단의 명품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임효인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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