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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과학계는 비정규직의 온상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비정규직이 존재했다. 비정규직을 향한 인식개선이 필요함은 공감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와 기존 정규직과의 갈등으로 출연연은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었다.
기간제 비정규직은 계약연장을 통해 다년간, 다수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이들은 연구과제 수행에 필요한 전문 연구인력이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틀에 갇혀 있었다.
정부의 비정규직 가이드라인 발표 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출연연은 기간제 비정규직 전환을 위한 절차에 박차를 가했다. 이 결과 지난 5월 비정규직 업무 가운데 2487개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 가운데 연구·기술직 1859개, 행정직 134개, 기능직 504개가 정규직으로 전환 됐다.
물론 순탄치는 않았지만, 기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얼추 마무리 단계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출연연에는 여전히 비정규직이 남아 있다.
공공연구원노조에 따르면 출연연과 특성화 대학인 KAIST의 용역·파견 비정규직은 30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협상 테이블에도 앉지 못했다.
파견과 용역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노동자는 직접고용을 사용자는 자회사 방식을 고수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출연연은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자회사 방식으로 간접고용자에게 정규직만큼의 복지혜택을 주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다”며 일부 출연연이 자회사 방식을 추진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
이는 파견과 용역 비정규직을 대하는 과학계의 인식 수준이 여전히 제자리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공공연구노조는 정부와 출연연 측에 이달 말까지 파견용역직의 비정규직 해결책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파업 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출연연 관계자는 “간접고용자에 대한 연구원의 홀대는 지나치다는 노조 측의 의견에 공감한다. 간접고용자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심의위원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노조가 반대하는 자회사 방식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자회사 방식을 추진하는 출연연은 한국원자력연구원, 표준과학연구원, 원자력안전기술원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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