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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살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일과 상황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라고도 합니다. 그 만큼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사회'라는 개념에서 이미 잘 드러나고 있듯이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항상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는 곳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살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늘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해야만 하고 또 나름의 가치를 찾기도 하고 그 속에서 성과를 내고 만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 때문에 고통 받기도 하고 슬픔도 느끼고 실패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살펴보면 인간이 살아가는 것도 결과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이 관계를 어떻게 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서 성공과 기쁨과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또 그 반대로 실패와 번민과 고통을 경험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은 한편으로 참 다양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 어쩌면 단순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시작하는 인간관계는 먼저 가족과의 관계입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그렇고 형제들과의 관계, 친척들과의 관계 등이 그런 것입니다. 이런 관계는 원해서 맺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것으로 인해서 자연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관계입니다. 가족관계는 자동발생적인 인간관계의 시작이라서 때로는 누구보다도 친밀하고 가까우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보호하고 보완해 주는 관계입니다. 그러나 이 가족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도 더 어려운 관계로 변하기도 합니다. 가족이라서 이해하고 양보하고 보호하고 보완하는 관계가 아니라,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대립하고 무시하는 그런 관계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런 악화된 가족관계에서는 양보나 타협이나 용인 또는 용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관계의 또 다른 형태는 주로 학연이나 지연으로 생기고 있습니다. 같이 학교를 다녔거나 같은 지역에서 자라고 생활 한 것이 인간관계를 맺는 중요한 고리가 되는 것입니다. 같은 학교를 같이 다닌 것과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은 동창과 선·후배로서의 동문이라는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 관계 역시 자동발생적인 관계이기는 하지만 가족관계와는 조금 다릅니다.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지역에서 자란 것이 공통적인 교감을 갖게 하고 어떤 일체감과 동류의식 같은 것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런 관계는 동질감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동질감은 때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가끔은 부정과 부패로 연결되어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아무튼 혈연, 학연, 지연 등과 같은 것들이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것들 이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작용합니다. 같은 직장에 다니고, 같거나 유사한 직업에 종사하면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도 그렇고, 어떤 일로 인해서 서로를 알게 되고 맺어지는 관계도 있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기투합하여 맺어지는 관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인간관계가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할 때에는 별다른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인간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어떤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생각의 차이, 방식의 차이 등 서로간의 이견이 발생할 경우, 인간관계에 금이 가고 결국은 대립과 대결, 갈등의 관계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런 관계는 영원한 것도 아니고 또 이해관계와 상황에 따라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비록 이해관계와 상황에 따라서 형성되는 인간관계라고 하지만, 그것을 만들고 유지하기에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적절한 방법이나 기술이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소위 말하는 밀고 당기는 관계를 만들어야만 하고, 또 때로는 압력과 회유, 그리고 마구잡이식의 방법을 동원하기도 해야 합니다. 그러니 그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음의 상처나 고통은 정말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고 협력하고 보호하고 타협할 수 있는 인간관계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 인간관계를 맺을 때는 비록 이해관계에 따라 어찌할 수 없이 맺게 되었다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관계는 아마도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관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관계의 설정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인간관계가 아닌가도 생각됩니다. 내가 힘들고 괴롭고 갈등할 때, 옆에서 조용히 들어주고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관계와 또 남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주고 지원할 수 있는 관계가 진정한 인간관계라고 할 것입니다.
인간관계는 이해관계에 따라 발생하는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아무리 자동발생적인 관계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노력이 없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인간관계의 시작은 바로 서로를 이해하는 자세로부터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기다리는 것에서 가능할 것입니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말이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이해가 아닌 오해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이 순간 내가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시작이고, 이런 인간관계를 어떻게 잘 맺는 시작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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