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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 세상에는 태어난 것만으로 자랑스러운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있다. 내가 네다섯 살이던 무렵, 지금은 돌아가신 시골의 외할머니는 마당에서 흙장난을 하는 동생 혜정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엄마에게 "저것 죽이고 나도 죽으련다. 그러면 네가 조금은 행복하게 살지 않겠니"라고 말했다.
장애에 대해 적절히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집에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경우, 가정은 보호와 연민의 이름으로 차별과 학대가 자행되는 첫 번째 공간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혜정이는 죽어 마땅한 취급을 받을 정도로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혜정이는 존재 자체로 우리 집에서 불행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본문에서
태어나서 열세 살이 되던 해. 장혜정씨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외딴 곳으로 보내져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살게 된다. 중증 장애인이라는 게 이유였다. 둘째 언니 장혜영 작가는 그렇게 동생 혜영씨와 헤어졌다. 중증 장애인은 사회에서 격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배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편견의 울타리가 자매를 갈랐다.
18년이 지난 후, 장혜정 작가는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온다. 자라면서 늘 마음 한 편에 있던 동생과 세상 속에서 같이 살기로 한다. 탈시설은 많은 사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일이었다. 장혜영 작가는 먼저 일을 그만두기로 한다. 그리고 동생과 함께 보내는 일상을 유튜브 영상으로 사람들과 공유하고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겠다는 약속으로 많은 사람의 투자를 받는다. 되도록 혜정 씨에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동생의 친구가 된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런 400일의 일상이 책이 됐다.
책 제목 '어른이 되면'의 제목은 혜정 씨의 중얼거림에서 나왔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때 그는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하고 중얼거렸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다'는 말로 서른의 세월 동안 얼마나 수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애 당사자와 가족, 사회복지서비스 종사자와 인권 활동가 등,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선 수많은 사람들이 대화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했던 가슴을 울린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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