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영화는 이 두 상상의 영역 간의 크기 차이를 통해 화면의 밀도와 긴장, 해방감과 통쾌함을 아울러 보여줍니다. 원자보다도 작은 양자 영역 안으로 들어가 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에 빠져들 때 다시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태로움이 관객을 긴장하게 합니다. 또한 바닷물에서 일어서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자이언트맨의 액션을 통해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주 독창적이지는 않습니다. 현실의 사건들에서 홈드라마, 수사물 등의 장르, 상상의 장면에서도 SF, 괴수 영화, 이른바 맨시리즈 영화들에서 사용했던 기존의 방식들을 차용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을 잘 버무리고 매끈하게 봉합하여 재미와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 재미와 매력을 만들어내는 데 현실과 상상 사이의 문제를 탄탄하게 이어주는 서사와 정서가 힘을 발휘합니다.
한편 이 영화는 아버지와 딸을 다룹니다. 영웅인데 현실에서는 문제가 있는 아빠가 나옵니다. 그로 인해 아내를 잃습니다. 그러나 딸에게만큼은 좋은 아빠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의 영웅적 능력은 온 세상을 구하거나 외계인을 물리치기보다 딸과 관련된 일에 사용됩니다. 개미가 되거나, 혹 자이언트맨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등과 다릅니다. 잃어버린 아내와 가슴 아픈 딸을 가진 두 남자 스캇 랭과 행크 핌은 영웅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매우 정서적이고 미시적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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