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영웅의 능력과 상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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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영웅의 능력과 상상의 세계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 승인 2018-07-19 09:07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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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사람이 개미가 되거나 거대한 로봇이 되는 일은 상상에 속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냥 상상만은 아닙니다. 내내 개미나 로봇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실 속에서 법적 제재를 받기도 하고, 초라하고 위축된 모습으로 살기도 합니다. 그러니 영화의 관건은 현실 세계와 상상 세계의 질서 사이에 연속성과 차이를 정교하게 구축해 내는 일입니다. 영화는 시간과 서사의 연속을 통해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연결합니다. 그리고 촬영기법과 낯선 이미지를 통해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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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영화는 늘상 경험하는 현실의 시공간과 익숙한 크기를 벗어나는 곳에 상상의 영역을 마련합니다. 미세한 양자 영역과 거대한 영웅이 활약하는 공간이 바로 그곳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문제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아주 큰일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미묘한 것들도 인간사에 문제를 가져오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영화는 이 두 상상의 영역 간의 크기 차이를 통해 화면의 밀도와 긴장, 해방감과 통쾌함을 아울러 보여줍니다. 원자보다도 작은 양자 영역 안으로 들어가 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에 빠져들 때 다시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태로움이 관객을 긴장하게 합니다. 또한 바닷물에서 일어서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자이언트맨의 액션을 통해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주 독창적이지는 않습니다. 현실의 사건들에서 홈드라마, 수사물 등의 장르, 상상의 장면에서도 SF, 괴수 영화, 이른바 맨시리즈 영화들에서 사용했던 기존의 방식들을 차용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을 잘 버무리고 매끈하게 봉합하여 재미와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 재미와 매력을 만들어내는 데 현실과 상상 사이의 문제를 탄탄하게 이어주는 서사와 정서가 힘을 발휘합니다.



한편 이 영화는 아버지와 딸을 다룹니다. 영웅인데 현실에서는 문제가 있는 아빠가 나옵니다. 그로 인해 아내를 잃습니다. 그러나 딸에게만큼은 좋은 아빠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의 영웅적 능력은 온 세상을 구하거나 외계인을 물리치기보다 딸과 관련된 일에 사용됩니다. 개미가 되거나, 혹 자이언트맨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등과 다릅니다. 잃어버린 아내와 가슴 아픈 딸을 가진 두 남자 스캇 랭과 행크 핌은 영웅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매우 정서적이고 미시적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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