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말하기를
"대전은 지난 100 여 년간 사통팔달의 국토교통중심도시로서 대전·충청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모여 오늘날의 대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저는 대전의 역사를 일궈온 우리의 선대 어르신, 우리의 부모님 세대들에 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의 대전에 이르기까지 늘 허리띠 졸라매고 자식들만 바라보며 한평생 살아온 어르신들이 이제 그 인생의 보람을 찾아야 하는데 그동안 대전은 어르신들이 이루신 만큼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어찌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어르신들도 계실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취임사 어디를 봐도 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 어르신들에 대하여 어떻게 해드리겠다는 문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만큼 취임사 속에 내재돼 있는 뜻을 파악하는 분이라면 아하! 그렇구나 하는 감탄사를 발하게 될 것이다. 보자 그 이유를.
첫째, 어르신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취임사 첫머리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두괄식 단락을 썼다는 것이다. 두괄식 단락이란 글의 앞부분에 먼저 자신이 피력하고자 하는 말을 쓴 것이 두괄식 단락인 것이다.
둘째, 두괄식 문장 뒤에 오는 여러 문장들을 통하여 그것을 서술, 전개해 나가야 되는데 취임사에서는 과감히 그것을 생략함으로써 여운을 남겼다는 것이다.
왜 여운을 남겼을까? 조선시대 세종임금은 효에 관한 것만큼은 여운을 두지 않고 처리했는데 말이다.
셋째, 대전에는 박용갑 중구청장께서 8여 년간 심혈을 기울여 조성하고 있는 효를 주제로 한 뿌리공원이 있고, 효문화 뿌리축제가 해마다 국가유망축제로 대상을 수상하고 있는 것도 그는 익히 알고 있다.
넷째,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대전의 방화산 기슭에는 효행장려를 위한 '대전효문화진흥원'이 설립되어 장시성 원장을 비롯해 30여 명의 직원들과 봉사자들이 효문화 확산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것을 그는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과거 역사를 보자.
1428년(세종 10) 진주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사람을 죽인 것이다. 사람을 죽이되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것이다. 살인자는 아들 김화라였다. 당시 왕이었던 세종이 충격을 받은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즉시 만든 책이 삼강행실도다.
백성들이 쉽게 알게 하려고 우리나라와 중국의 책에서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녀, 부부 사이에 모범이 될 만한 충신, 효자, 열녀 각 35명씩 105명을 뽑아 그 행적을 그림으로 그리고 풀이까지 덧붙였다.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효자 4명, 충신 6명, 열녀 6명이 실렸는데 이 또한 각 사례마다 그림을 그려 넣어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던 것이다.
존경받는 목민관이라면 세종임금처럼 하늘의 이치와 자연의 질서에 운행되고 있는 원리를 발견하고, 그 원리에 맞게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효는 백행의 근본(百行之本)이고 국가 번영의 원천적 동력이 되는것이다. 인류 생존 이래 많은 동물은 사라졌으나 인간만이 생존되고 번영을 누리는 비결은 효를 실천하기 때문인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식이 그 부모를 살해한다는 것은 그 사회가 얼마나 패륜적인 사회로 타락해 가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허시장은 어르신들의 예우에 관한 것을 언급하지 않고 여운을 남겼기에 기대가 크다. 여운을 남겼다는 것은 그가 어르신들 예우에 대한 고민이 큰 것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늘 국유사유(國有四維)를 염두에 두고 행정에 임해야 사회의 기강이 서는 것이고 공약(公約)이 공약(公約)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허시장이 존경하고 감사의 마음을 갖는 어르신들의 예우를 실천함에 있어 유예불결(猶豫不決)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대전 시민들이 좋아하는 시장보다는 존경받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좋아하는 것은 신기루 같은 것이어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것이다. 50대 초반이면 아직 젊다. 존경받는 시장이 돼 대전시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시장으로서의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허태정 대전 시장. 그는 정적(政敵)이던 박영순씨를 끌어안아 정무 부시장에 앉힌 통이 큰 인물이기에 가능 한 것이고, 그래서 어르신들에 대한 예우를 기대하는 것이다.
주(註)
1, 국유사유(國有四維)- 나라를 유지하는 네 가지 근본. 즉, 仁義禮智(인의예지), 사람이 마땅 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을 말한다.
2, 유예불결(猶豫不決)-머뭇거리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
김용복 /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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