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은 이외로 다수 발생했다. 우리나라가 관련된 것도 있다. 2010년 세계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두고 벌어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일본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간 피말리는 가격싸움이 그것이다. 각 회사는 막심한 피해를 감수하며 상대방이 두손 들 때까지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렸다. 이 치킨게임의 승자는 다행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승리의 부산물로 제품의 세계 점유율을 크게 높이며 지금까지도 관련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요즘 세계가 이 치킨게임에 휩싸여 요동치고 있다. 바로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이다. 양국은 지난 6일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상대국 수입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 이후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2000억 달러(223조4000억 원) 규모의 추가 관세 조치를 꺼내 들며 확전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중국의 전체 대미 수출액 5050억 달러에 해당하는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국도 동일수준의 보복조치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에 사드보복으로 행했던 여행금지, 미 기업 제품의 통관지연 등 비관세적 보복조치를 예고하며 강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을 보도하는 기사 댓글은 적나라하다. '이번 기회에 중국을 철저히 응징해 분수를 알게해야 한다'는 점잖은 표현부터 '소련처럼 몇 개의 나라로 쪼개자'는 것까지. 대체로 아직도 생생한 사드보복에 대한 격한 분노를 담고있다. 일견 통쾌하기도 하지만 그 부작용을 생각하며 마냥 웃을 수는 없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는 우리나라에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국에 주로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의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그만큼 수출이 감소한다. 또 우리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주식투자를 하는 지인들은 아우성이다. 소유 주식의 주가가 급락했다며 왜 애꿎은 우리가 피해를 입어야 하냐며 울분을 토한다. 저마다 향후 추이를 진단하며 추가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현실화 된 시점이지만 다른 나라의 패권싸움에 휘말려 피해를 보는 내 친구, 이웃의 현실이 안타깝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않는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이 정치, 경제적으로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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