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수 충남대 교수(대전학연구회장) |
총론답게 대전의 뿌리와 역사에서부터 음식, 예술, 산업까지 대전시민이 알고 이해하면 좋은 것들을 흥미롭게 수록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여행을 다닐 때 여행지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가지면 그 여행은 달라진다.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알면 관심이 생기고, 알면 알수록 더욱더 그 지역에서 살맛이 나고 지역에 대한 정체성과 애향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괴테는 '도시의 기호학'에서 "사람의 손이 닿으므로써 평범한 '공간(space)'이 '의미 있는 장소(place)'가 된다"고 했다.
1991년 몹시 더웠던 여름, 일본 도시들을 두루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땀을 흘리면서 우선 도쿄의 시원한 서점을 찾아갔다. 이 곳 저 곳 둘러보다가 한 코너에서 발이 멈췄다. 바로 '동경학'코너였다. 한 두 권도 아닌 '동경학'이 저자를 달리해 빽빽하게 꽂혀 있었고, 그 앞에 시민들이 서 있었다. 대전시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나고야나 요꼬하마의 서점도 마찬가지였다.
그 후 충남대학교 교수로 부임해 오면서 잠시 지방학을 잊고 있을 즈음인, 2000년대 초반 그 당시 한남대학교 교수였던 김태명 박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전학입문'을 집필하고, '대전학 연구회'를 만들자고 하셨다. 그 때까지 잠시 잊고 있었던 지방학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김태명 박사와 대전을 사랑하고 뜻을 같이하는 약 100여 명의 전문가들이 대전을 연구하고 알리기 위해 2004년 '대전학연구회'를 결성했고, 올 해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대전상공회의소와 대표 국립대학교인 충남대학교가 기관회원으로 가입해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학'에 대해 매년 공식적으로 지원을 한다. 가까운 천안에서는 7만 5000명의 대학생 가운데 4만 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대학에서 '천안학'을 수강한다고 하며, 아산 모 대학에서는 '아산학' 첫째 시간에 시장님이 직접 강의하신다고 한다.
대전에 올 때에는 2년 정도 있다가 서울로 갈 계획이었으나 벌써 27년째가 됐다. 대전에 살면서 저렴한 주택, 원활한 교통, 쾌적한 환경 등 질 좋은 지역어메니티로 인해 '삶의 질'은 높아가고, 대전에 대한 연구를 하면 할수록, 대전에 대해 알고 이해하면 할수록 서울로 가겠다는 생각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우리는 아는 것만큼 볼 수 있고, 이해의 정도에 따라 관심과 정체성을 달리한다. 이번 '총론' 출판기념회에 이어 '각론' 출판기념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대전의 대표서점에서 '대전학'코너가 생길 수 있도록 열심히 연구하고 알리는 회원들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것이 이번 출판기념회를 다녀온 소회이자 바램이다. 강병수 충남대 교수(대전학연구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