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지난 2일 민선 7기가 출범하였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태풍7호인 쁘라삐룬 북상으로 대전에서도 시장, 구청장의 취임식이 취소되면서 노란색 민방위복으로 갈아입고 재난 대책을 점검하는 현장 행보로 첫 업무를 시작하였지요. 다행히도 큰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목민심서』에서 부임하는 절차를 행장은 사치스러워서는 안 되며 백성에 관한 여론 수집이 매우 중요하다고 '부임육조'에서 다산(茶山)은 강조하였습니다.
이제 푸르름이 한가로운 7월입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시장후보들이 문화예술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대전예총을 비롯한 지역문화예술인 200여 명이 참석하여 5월 24일 대전시청에서 정책협약식을 가졌습니다.
이날 중요 협약 내용은 현재 2% 수준인 문화예술분야 예산확대편성, 옛 충남도청의 시민 문화공간 활용, 낙후된 지역의 생활문화 복합공간을 만들고, 청년문화예술인 발굴 육성, 문화 메세나 확대, 첨단 영상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조성에 노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전의 3대 핵심 가치로 '소통과 참여' '포용과 성장' '공정과 신뢰'를 내세운 허태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문화예술인들이 마음 놓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지원확대 하겠다'라는 약속을 하였지요. 이제 어떠한 경우라도 그 약속이 대전시의 또 다른 현안 문제나 경제논리를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나는 우(愚)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대전의 문화예술계는 갈팡질팡하며 혼란을 야기시켜 왔습니다.
특히 대전문화예술 행정과 지역문화 예술인들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대전문화재단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요.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대전문화재단의 수장이 두 번씩이나 중도하차 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전시 문화예술의 현주소가 아닐는지요. 문화예술은 정량적 관리 감독하는 일이 아니라 행복을 창조하고 재생산하는 인문학적 교집합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명색이 '대전예술가의 집'도 대전문화재단이 주인이며 대전의 예술단체와 협회들은 더부살이를 하고 있으며 관리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직원 한 명도 둘 수 없어 협회 사무실은 늘 부재중으로 닫혀있지요. 또한 책이나 작품을 보관할 수장고도 없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소한 사안에 대해서 익히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대전시의 문화예술 정책을 만약 온도계로 잴 수 있다면 몇 도나 될지 사뭇 궁금합니다.
바라옵건대, 그런 사소함이 더 큰 가치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대전이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나려면 이제 대전예술인들을 위한 독립된 공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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