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행복을 여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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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행복을 여는 열쇠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7-13 19:3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열쇠는 자물쇠를 잠그거나 여는 데 사용하는 것입니다. 흔히 열쇠는 '열다'라는 의미에서 자물쇠를 여는 것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 열쇠는 자물쇠를 열기도 하고 잠글 때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열쇠는 반드시 자물쇠를 열거나 잠글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복잡한 상황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되는 것과 같은 어떤 '상황'이나 '현상'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유형의 열쇠를 갖으려고 노력하고, 또 무형의 열쇠를 찾으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한 때 결혼을 하려면 적어도 몇 개의 열쇠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자동차 열쇠, 아파트 열쇠 등등이 결혼의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런 조건들이 중요하다는 것은, 결혼이라는 것이 사랑이나 믿음으로 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아니라, 결혼으로 인하여 필요한 물질적인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슬픈 현실을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혼수가 적다는 이유로 결혼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고, 필요한 몇 개의 열쇠가 없어서 결혼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쇠는 우리 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당장 우리는 주머니나 가방 속에 한 두 개씩의 열쇠를 반드시 가지고 다닙니다. 집을 들어가기 위해서 현관열쇠도 필요하고 자동차 열쇠 등등도 늘 소지하고 다닙니다. 만약 이런 열쇠가 없다면 집에 들어 갈 수도 없고 자동차를 탈 수도 없으니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당장 꼭 필요한 열쇠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서랍장 열쇠, 창고 열쇠 등등 많은 열쇠를 주렁주렁 가지고 다니기도 합니다. 아무튼 열쇠는 그것이 물질적인 유형의 열쇠가 되었건, 아니면 어떤 상황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무형의 열쇠가 되었건 우리에게 필요한 것임에는 분명합니다. 다만 그 열쇠가 어떤 종류인가 또 그 열쇠가 주는 효과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꼭 필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고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열쇠는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한 물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집 열쇠도 그렇고 자동차 열쇠, 연구실 열쇠 등등 꼭 필요한 열쇠가 없다면 참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에는 스마트키가 개발되어 굳이 무거운 열쇠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카드키와 도어락, 핸드폰의 패턴, 지문, 홍채 인식 등이 열쇠를 대신하고 있지만, 이것들 역시 열쇠의 일종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런 종류의 열쇠보다 더 필요하고 누구나 갖고 싶은 열쇠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만약 우리의 행복을 여는 열쇠가 있다면 바로 그 행복을 여는 열쇠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행복을 여는 열쇠를 파는 곳이 있다고 하면, 그 열쇠를 누구나가 사려고 할 것입니다. 과연 행복을 여는 열쇠는 어떤 것일까요?



지난 주말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아주 빡빡한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바티칸을 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바티칸 미술관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인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은 그 웅장함에도 놀랐고,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서 쏟아져 내리는 입체감에 정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인 피에타의 아름다움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맞는 마리아의 애절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빛이 났습니다. 그런데 귀국 비행기 시간 때문에 서둘러 성 베드로 대성당을 급하게 둘러보고 나오면서 성당 입구 바닥에서 천국의 열쇠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천국의 열쇠는 이미 다른 그림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열쇠를 주는 모습을 그린 그림들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그 열쇠를 성당 입구 바닥에서 발견했으니 말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입구 바닥에 새겨진 천국의 열쇠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왜 이곳에 열쇠가 새겨져 있는지도 궁금했고, 열쇠의 모양이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을 바라보고 있는 지도 궁금했습니다. 분명히 어떤 의미가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확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천국의열쇠
성 베드로 성당 입구바닥의 천국의 열쇠(성당 안쪽에서 바깥쪽 방향)/사진=박광기
성 베드로성당 천국의 문
성 베드로 성당의 '천국의 문'/사진=박광기
성 베드로 대성당을 들어올 때 오른쪽의 문이 '천국의 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수년전 서울에서 천국의 문을 전시할 때 보았던 그 문이 '천국의 문'입니다. 그런데 이 문을 여는 열쇠는 성당 입구의 안쪽에 있었고, 또 그 방향이 바깥쪽을 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그냥 내 생각으로 천국이라는 것이 죽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성당에서 사람이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천국이라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말하면 천국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바로 천국이라는 것이고, 그 천국을 향해 열쇠를 열고 나아가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내 생각이 종교적으로 틀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나는 이런 의미로 그 열쇠의 뜻을 해석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삶을 사는 것, 그리고 그 삶을 적어도 성당에서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는 신앙을 가지고 세상 속에서 살아가라는 의미로 말입니다. 바로 그것이 이 열쇠가 지니고 있는 뜻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런 뜻에서 행복이라는 것도 이 열쇠와 같이 인간의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으로 사는 것이 참 행복을 여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가장 행복한 세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떻게 그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를 이 열쇠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우리는 이 행복의 열쇠가 바로 천국을 여는 열쇠가 된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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