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영희 제공 |
'식물은 동물에게 열매를 먹기에 적절한 때를 알려야 했어. 덜 익은 열매는 주로 녹색이야. 이때는 대부분 먹기에 나쁜 맛이거나 독을 가지고 있기도 해. 멋모르고 맛본 동물이 먹기를 바로 그만둘 수 있도록 말이야. 사람도 덜 익은 자두나 사과를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쉬워. 씨앗이 떠나도 될 만큼 여물면 고유의 색을 가진 열매가 되는 거야. 빨갛고 노랗고 검은 열매는 동물에게 기쁨을 주지.' -본문에서
문 밖을 나서면 길가의 나무와 화단에 핀 꽃, 보도블럭 사이 작은 풀과 클로버를 걸음마다 스친다. 슈퍼마켓에 가면 아보카도, 파인애플, 레몬을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당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나 메타세쿼이아는 한때 멸종됐었고 인간이 키우기 전 아보카도가 어떻게 씨앗을 옮기며 살아남았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책 '선인장은 어떻게 식물원에 왔을까?'는 인간 중심의 시각이 아닌,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상하는 도시공원의 생태 이야기를 담았다. 삼촌처럼 다정하고 친근한 말투와 자연의 특징이 살아있는 아기자기한 그림이 이해를 돕는다.
꽃은 왜 스스로를 아름답게 만드는지, 왜 열매를 맛있거나 맛없게 만드는지, 잎은 여름에 왜 무럭무럭 자라는지, 왜 독성 물질과 뾰족한 가시를 만드는지. 이런 궁금증을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식물을 관찰하고 상상하며 풀게 한다. 지구의 포식자 인간이 식물의 입장을 이해하고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무엇보다 식물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싶어질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페이지의 마지막엔 수록된 모든 식물의 그림을 실어 원하는 식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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