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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는 생계를 위한 물질에 그치지 않는, 국경을 넘는 도전과 개척정신의 소유자였으며 일제의 수탈에 맞서 항일운동을 벌였던 투사였다. 어머니가 해녀였던 오승철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의장은 여는 글에서 이 시집을 그런 해녀들의 물숨, 숨비소리를 찾는 여정이라고 표현한다.
해녀들이 바다에서 전복, 해삼을 건져 올리듯 시인들은 자기들만의 시어로 해녀의 바다에서 시를 끌어 올렸다. '이승과 저승 사이 숨비소리 띄워놓고' '경계를 들락거리며 보석들을' 캐고 '말없이 억척스럽다 허영마저 파도줬다' '어멍은 바다가 된다'.
바다의 색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듯, 해녀들의 마음도 시인들의 언어도 그 색이 각기 다를 것이다. 그 물빛 중 하나인 강문신 시인의 '함박눈 테왁' 전문을 소개한다.
함박눈 테왁
강문신
신묘년 새 아침을 서귀포가 길을 낸다
적설량 첫 발자국 새연교 넘어갈 때
함박눈 바다 한가운데 테왁 하나 떠 있었네
이런 날 이 아침에 어쩌자고 물에 드셨나
아들놈 등록금을 못 채우신 가슴인가
풀어도 풀리지 않는 물에도 풀리지 않는
새해맞이 며칠간은 푹 쉬려 했었는데
그 생각 그마저도 참으로 죄스러운
먼 세월 역류로 이는 저 난바다… 우리 어멍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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