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
(상) 사라져 가는 대전 연극인
(중) 열악한 지역 연극 여건
(하) 연극 인프라 구축 시급
#1. 대전 지역 극단에서 배우 생활을 하던 김 모(여) 씨는 최근 연극계를 떠났다. 적성에 맞지 않는 아동극을 하던 김 씨는 평소 원하던 정극 배역을 찾았으나 여의치 않았다. 비중 있는 배역을 구할 수 없었던 데다 개런티마저 아동극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대전 연극계에서 수입과 적성 측면에서 모두 만족하지 못한 김 씨는 결국 다른 직업을 찾게 됐다.
#2. 대전 소재 연극 관련 학과를 졸업한 박 모 씨는 졸업과 동시에 서울 연극계로 향했다. 대전에서 실력을 쌓아 배우로 성장하라는 교수님의 조언을 따르려 했지만 대전 연극계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4학년 때부터 대흥동의 극단을 돌며 알아봤지만 오디션을 개최하는 극단을 찾기 힘들었다. 사회 초년생으로 대전에서 기회를 잡기 어려웠던 김 씨는 기회가 풍부한 서울 연극계로 떠나야 했다.
연극인들이 대전 연극계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적성에 맞는 배역을 구하지 못하거나 열악한 경제적 형편으로 지역 연극계를 떠나는 연극인의 행렬이 이어진다. 배역을 찾기 어려운 예비 연극인이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기존 연극인 모두 지역에서 연극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대전연극협회에 따르면 대전에서 활동하는 250여 명의 연극인 중 전업 연극인은 50명 정도다. 나머지 200여 명의 연극인은 다른 일과 연극을 병행해야 하는 형편이다.
많은 예비 연극인들은 대전 연극계의 진입장벽을 실감한다. 이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적성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꼽는다. 한 배우는 "대전의 경우 서울과 달리 오디션이 없다시피 하다"며 "원하는 배역이 있어도 실력으로 따낼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인맥으로 배역이 결정되는 현실이라는 뜻이다.
대전 소재 연극 관련학과의 한 졸업생은 "대전 연극계는 처음부터 전문 연출자로 성장하기 어렵다"며 "고참 배우가 나중에 연출을 맡는 관행 때문에 서울로 떠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대전 야외 연극공연 모습. |
최근 초·중·고교에 예술강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연극인들이 공연보다 수업에 치중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경력 5년차의 한 배우는 "예술강사를 하면 최대 300시수를 보장 받을 경우 연 1500만원 가량의 수입이 주어진다"며 "예술강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더 이상 공연을 하지 않는 동료가 늘어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배우에 따르면 중견 배우가 대전에서 공연으로만 한 해 벌 수 있는 수입이 평균 1000만원 선이라고 한다.
활동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지역 연극인들의 이탈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대전연극협회 복영한 지회장은 "10년 전만 해도 생활고를 견디고 하는 연극인이 많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며 "연극인들이 안정적으로 연극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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