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혁 작곡가 |
"이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셨습니까?" 이 질문엔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원곡(오리지널)을 들은 사람이 드물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 곡뿐만 아니라 대부분 고전음악도 주요선율은 알지만 원곡을 들은 경우는 드물다.
"왜 원곡을 들어야지? 들을 만한 가치는 있는 건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이 대답을 위해 클래식의 가치 대해 살펴보자.
클래식의 가치를 말해주는 것은 '시간'이다. "시간? 왜?"라고 묻겠지만,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확실 한 답이다. 클래식은 BC 1200년대에서 현대까지 음악을 말한다. 범위를 좁혀서 바로크, 고전, 낭만, 근대로 보더라도 70~300년 된 음악들이다. 그 긴 세월 동안 연주되고 지금도 연주됨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
노래방에 가보자. 수만은 곡이 있다. 거기다 외국곡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이 속에서 살아남아 100년 후에 불린다는 것, 어떤가? 그것은 기적이다. 현재 연주되는 클래식은 이미 그 세월을 견뎌온 음악이다. 좋은 음악이기에 계속 연주되며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는 클래식이 특별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한다.
클래식은 교회음악, 궁정음악, 세속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였다. 오랜 세월 발전해오며 건축, 미술, 수학, 문학, 철학 등과 영향을 주고받았다. 바흐는 수학자이며 교회음악 감독이었다. 베토벤을 논하며 계몽주의 철학과 괴테와 실러를 빠뜨릴 수 없다. 슈베르트, 슈만 등은 하이네의 시에 가곡을 썼다. 바그너와 철학자 니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말러는 많은 독서를 통해 심연 깊은 음악을 썼다. 쇤베르크는 표현주의의 화가 칸딘스키와 교류를 했고, 홀스트는 태양계 행성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클래식은 타 분야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시대의 문화를 담아냈다. 그래서 클래식은 작곡가가 중요하다. 작곡가는 시대를 살아가며 본인의 감정과 철학, 경험, 문화를 음악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결국 클래식을 듣는다는 것은 그 시대를 듣는 것과 같은 가치가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클래식은 여러 형태를 띠게 되었다. 감상하기 쉬운 소품부터 음악을 듣기 전 공부가 필요한 교향곡처럼 규모가 큰 음악까지 그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많은 장르로 인해서 각 음악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이 형태를 형식이라고도 한다. 이 형식을 이해하기 위해 구조를 알아야 한다. 이 구조에 관한 얘기는 다음에 한다.
긴 시간을 이어온 클래식의 가치는 개인의 철학과 경험과 감정은 물론 시대를 담아냄에 있다. 클래식은 인류의 값진 유산이다. 그리고 생명력이 있어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원곡을 들어야 함은 여기에 있다. 음악회장에 가보자. 그 곳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고 미래를 향한 향연이다. 그 향연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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