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신 앞에 작은 인간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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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신 앞에 작은 인간의 존재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7-0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가끔 "신이 존재하는 것인가? 만약 존재한다면 신 앞에 인간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곤 합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질문에 대해서 아마도 정확한 정답이란 것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에 따라서 또 경우와 환경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답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이 존재한다고 하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 신에 대한 믿음이 약해질 수도 있고 또 신을 원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특히 자연적인 재앙이나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여기면서도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과연 신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나만이 갖는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신에 대한 믿음과 생각, 그리고 존재 여부는 유럽여행을 하다 보면 한편으로 어느 정도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문화는 대부분 기독교 신앙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더라도 수백 년에서 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성당과 기독교 기념물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성당의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에 있는 성당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수백 년에 걸쳐 성당을 건축한 것은 당연하고 규모나 장식 등을 보면 입을 다물 수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성당이나 기념물을 보면 처음에는 규모와 역사에 놀라고, 두 번째는 화려함과 신앙의 믿음이 얼마나 굳건했기에 이런 것을 건축할 수 있었는지에 또한 놀랍니다. 성당을 보고 있으면, 그냥 보통의 신앙으로는 도저히 이런 것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사실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때로는 완벽해 지려고 노력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완벽한 것에 대한 경외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이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기에 신과 같이 완벽해 지고 싶은 욕망을 내면에 지니고 있고, 또 신과 같은 완벽한 완성체 앞에서는 한 없이 왜소하고 두려움을 지닌 나약한 인간에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바로 이것이 당시 권력자의 마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한편으로 당시 군주나 왕은 절대 권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신과 동일한 존재로 군림하기 위해서 신의 성전을 성대하게 건축하려고 했고, 다른 한편으로 신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웅장한 건축을 통해 용서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피사
피사의 사탑/사진=박광기
이런 생각을 평소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 주 금요일부터 시작한 이탈리아 여행에서도 여전히 들었습니다. 특히 피사에서 만난 피사의 사탑은 성당과 세례당, 그리고 종탑이라는 세 개의 성당구조에서 종탑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종탑이 건축 초기부터 기울기 시작하여 그 유명한 피사의 사탑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기울어진 사탑을 바라보면서 당시 건축을 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의도하지 않게 기울어져 버린 종탑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기울어진 마음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기울어진 마음을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마음을 졸였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도 종탑이 기울어진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지반이 견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니, 종탑의 기울기와 사람 마음의 기울기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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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두오모/사진=박광기
피사를 거쳐 시에나에 있는 성당인 시에나 두오모를 보면서 경이로움을 다시 느꼈습니다. 이 성당이 건축된 시기가 대략 1370년 경이라고 하는데, 이 당시에 이런 규모의 성당을 이 도시에 어떻게 그리고 왜 세웠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종교적인 신앙이 없다고 하면 아마도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는 당시 신에 대한 두려움보다 신에 대한 경외와 존경과 믿음이라는 것이 더 강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신을 배신하고 신에 대한 공경과 존엄을 어겼을 때의 나타날 수 있는 신의 징벌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에나 성당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이런 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경외와 공경과 존엄이 없이는 불가능 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렇게 수천 년에 걸친 사람들의 실존했던 흔적들이 지금까지 남아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공간의 호흡 속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바로 이것이 신의 존재와 신에 대한 인간의 마음을 수천 년의 사람들의 흔적을 통해 답을 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대한 성당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원형 대리석 기둥을 채굴하고 작은 끌과 정 하나만으로 만들어 세우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땀이 신앙이라는 믿음 속에서 공유할 수 있으니, 바로 이것이 신은 그 자신의 존재를 직접 답하지 않고도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수많은 지나간 사람들을 통해 스스로 알게 해주고 있습니다. 참 '대단하다'라는 표현 밖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 계속되는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은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입니다. 이탈리아 북쪽에서 시작하여 로마의 남쪽을 거쳐서 로마까지 계속되는 여행에서 가능한 많은 것을 느끼고 보고 갈 계획입니다, 매일 30도가 넘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 정도의 더위는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행은 힘들지만 그래도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말 비록 저와 함께 여행은 같이 못하시지만 그래도 행복한 시간 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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