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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출생의 이지도르 뒤카스가 1868년, 총 여섯 편의 노래가 담긴 『말도로르의 노래』를 출간한다. 필명은 로트레아몽 백작. 외젠 쉬의 『라트레아몽』이란 소설에서 가져온 그 이름은 파우스트, 맨프레드, 카인 같은 낭만주의적 반항아들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현대 시문학사에서 기념비적인 존재가 된다.
『말도로르의 노래』는 로트레아몽의 사후, 저주받은 천재의 광기와 독창성이 빚어낸 걸작으로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해 재평가되면서 유명해졌다. 첫번째 노래부터 여섯번째 노래까지, 반영웅 말도로르는 살인, 신성모독, 사도마조히즘, 부패, 패륜을 일삼으며 읽는 이를 끌고 간다. 이 책을 통한 로트레아몽의 목적은 오직 인간을, 창조주를, 절대진리를 공격하는 것, '악의 예찬을 노래하는 것'이다.
185가지의 동물로 역동적으로 변신하면서 손발톱, 흡반, 부리, 턱으로 세상의 창조주와 인간을 공격하는 잔악무도한 반항아의 노래는 여러 문인과 예술가를 경악과 충격에 빠뜨렸다. 바슐라르, 블랑쇼, 브르통, 엘뤼아르, 발레리, 아르토, 카뮈, 솔레르스, 크리스테바 등 작가들은 물론 달리, 마그리트, 모딜리아니, 미로 등 미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오늘날 현대 무용가들과 음악가들에게까지 독창적인 영감의 샘이 되고 있다.
책은 불문학자 황현산이 번역했다. 제대로 된 번역본을 내고자 원문을 면밀히 대조하고 수차례 재독하며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핀, 세기의 시집에 담긴 초현실주의 미학의 모체와 기괴한 상상력을 한국어로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줄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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