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작품의 정념을 확신을 갖고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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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작품의 정념을 확신을 갖고 표현

안디무지크 필하모니아와 브람스 교향곡 2번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 승인 2018-07-05 13:55
  • 신문게재 2018-07-06 9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오지희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지휘자 이운복과 안디무지크 필하모니아는 최근 한 작곡가 작품을 집중탐구하는 방식을 통해 클래식음악을 알리는 동시에 악단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음악회는 2016년 쇼스타코비치 실내교향곡 시리즈를 거쳐 2017년 시작된 브람스 교향곡 시리즈 연속선상에 서 있다. 관건은 브람스 교향곡 2번에 내재된 정념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였다. 고전적 형식감과 낭만적 내용이 아무리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다 하더라도 파토스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현정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서곡은 A-B-A' 3부분형식에 기초한다. 형식의 명료함 속에 설렘, 방황, 희망을 서로 다른 음악결을 지닌 음향효과로 표현했다. 서두에서 자연스럽게 현악기 음이 미끄러져 흐르는 포르타멘토 주법과 옥타브를 타고 내려오는 스케일 진행은 다분히 재즈풍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설렘이라는 낯선 세계를 표현하는 주도적 특징이었다. 이는 음정도약의 대조성으로 미로를 헤매는 듯한 방황을 드러낸 B부분과 대립된 특성을 보인다. 또한 후반부 타악기의 긴장감 높은 역동성과 폭발적인 흐름에서 작곡가가 품은 강렬한 열망이 확고히 드러났다. 작곡가의 색깔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전수빈은 차분하게 첫 주제를 연주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입증해 보였다. 고난이도 기교에서도 정확한 음정 위에 자연스런 리듬을 타고 차이콥스키 음악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을 비교적 무리없이 소화했다. 목관악기의 정교함을 좀 더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났지만 전반적으로 반주는 독주자와 호흡을 조율하며 맞춘 호연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전수빈은 정석의 연주스타일을 보여주는 기초가 단단한 연주자다. 단지 과감하게 작품의 개성을 드러내고 거리낌 없이 내면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자신이 지닌 음악성을 보다 강력하게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종곡인 브람스 교향곡 2번은 경쾌하면서도 묵직했다. 브람스 음악 특유의 서정성과 파토스가 잘 조율된 현의 흐름으로 완만히 표출됐고 이는 다년간 정통 클래식교향곡을 다뤄 본 연주력이 입증된 부분이다. 고전작품의 섬세한 표현과 완성도 높은 관과 현의 일치는 안디무지크 필하모니아 역시 필연적으로 고민할 부분이지만, 악장 간 음악적 특성은 일체감 속에서 단단하게 드러났다. 작품에 내재된 표현을 확신을 갖고 이끈 지휘자와 그러한 해석에 열정을 갖고 참여한 오케스트라 역할이 돋보인 음악회였다. 이운복은 통상적인 앙코르에 답하지 않고 4악장이 드리운 엄청난 음향과 정념을 고스란히 관객의 몫으로 남겨놓았다. 앙코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기우로 만들어 다행이었다.
오지희 음악평론가·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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