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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가 아닌 21세기, 제네바가 아닌 바그다드에 새로운 프랑켄슈타인이 나타났다. 아흐메드 사다위의 소설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은 전쟁터가 된 바그다드를 배경으로, 폐품업자가 사망한 인간의 신체 부위를 모아 만든 시체가 사라진 뒤 도시를 휩쓰는 살인사건들과 괴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쟁이 일상이 되어버린 처참함 속, 사다위가 구사하는 블랙유머는 독자의 방심한 틈을 파고든다. 정부 당국에서는 일련의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괴물의 외모가 끔찍하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듣고 못생긴 사람들만 골라 잡아들인다. '이라크의 도시전설 100선'을 꾸리려는 기자가 등장하고, 특수정보추적국은 점성술사를 고용해 특수범죄를 감시하고 테러를 예측하려 한다. 미국의 침공으로 아들과 남편을 잃고도 그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성에게도 초점을 맞춘다. 다양한 사람 이야기가 제각각의 냄새를 풍기며 우글 거린다.
시체로 만들어진 괴물은 죽은 자들을 대신해 복수하고 정의를 이루려 한다. 그러나 진정한 복수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호하다. 전쟁을 일으킨 건 조지 부시의 미국이지만 괴물의 살인은 개인에게 국한된다. 작가는 실제 이라크의 비극을 비현실적이고 끔찍하면서도 일상적인 이야기로 극대화한다. 어조는 익살스러우나 의도는 너무도 진지하다.
이라크 사상 첫 국제아랍소설상 수상작이자 한강의 『흰』과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 최종 2인에 오른 작품이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닮았지만 다른, 또 하나의 문화계 괴물의 탄생일 수 있겠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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