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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복불복·금수저 전형, 입시지옥, 갈지자 정책… 넘치는 키워드 속에서 모범답안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는 몸살을 겪고, 누더기가 되곤 했다. 혼란과 부담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이다.
실제 중3 학부모인 필자가 대입정책에 점수를 매긴다면 제고 할 여지 없이 '낙제점'이다.
점점 더 산으로 가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보며 중3 학생·학부모들은 "우리가 실험용 쥐냐"며 "더 이상의 변수를 만들지 말아달라"고 아우성이다.
당초 교육부는 고1(지난해 중3)을 대상으로 2021학년도 대입을 개편하려 했으나 여론에 밀려 1년 유예했다.
현재의 중3 학생들이 억울한(?) 이유다.
하지만, 교육부는 1년간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결정을 미루고 수시·정시 비율, 학종과 수능전형 간 적정비율 등에 대한 '의견수렴'이라는 긴 공론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수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수능이 그나마 가장 공정하다고 주장하고,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라 단언한다. 반면 학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수능 앞 줄세우기를 반대하며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입시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판단은 '공정성과 변별력'이냐 '공교육 정상화와 미래 교육'이냐 첨예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29일 발표한 수능 과목·출제범위 시안의 적용을 받는 대상도 중3 학생들이다.
수학과 국어의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통합과목·선택과목으로 나뉘어 더 복잡해졌다.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어 당사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은 그래도 시간이 조금 있다. 당장 코앞에 닥친 고입정책을 뒤집는 건 너무 심하다.
헌재가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 조항 효력을 정지하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찬반 의견이 봇물 터지듯 올라오고 있다.
자사고를 희망하지만, 탈락할 경우 원치 않는 곳에 배정될 수 있어 일반고 진학준비를 했다는 중3 학생은 '동시 입시가 가능하다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일반고 진학 학생들은 '자사고에서 탈락한 학생이 일반고로 넘어와 희망학교에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한다.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이달 중 구체적 방안을 확정키로 했지만, 헌재 결정 이후인 9월 전후까지 고교 입시계획안은 안갯속이다. 2022학년도 대입개편과 학생부 개선안, 그리고 수능 과목·출제범위 시안도 8월 말 결정된다.
이런 상황인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중3 학생들은)피해자가 아니라 미래혁신교육의 1세대"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혁신이니 미래니 아무리 달래도 결국 실험대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교육 신뢰도'의 문제다.
특정 학년의 아이들에게 이토록 계속 바람이 불어도 되는지,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떤 입시제도도 학생·학부모·교사·교육단체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졸속처리하지 않길, 합리적인 안이 채택되길, 오락가락하지 않길…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안갯속을 걷지 않도록 길을 밝혀줄 고입·대입제도가 나오길 바랄 뿐이다.
고미선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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