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이응노, 낯선 귀향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이응노, 낯선 귀향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 승인 2018-07-03 10:35
  • 수정 2018-07-04 13:47
  • 신문게재 2018-07-04 23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이지호 관장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프랑스의 파리 근교인 보쉬르센은 이응노 화백의 문화유산이 남아있는 곳이다. 1958년 도불, 1989년 파리에서 작고하셨으니 그의 예술 흔적은 파스퇴르, 악소, 프레생제르베, 보쉬르센 등 그의 생전에 아틀리에가 있었던 장소를 따라 간다. 이중 보쉬르센은 이사를 준비하던 중 작고하셔서 아쉬움이 많은 장소이다.

이응노 화백의 고향은 충청남도의 예산과 홍성이다. 예산의 수덕여관은 이 화백이 일본에서 돌아와 가족을 위해 구입한 장소로 일화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부인 박인경 여사는 수덕여관의 모습이 예전 그대로 남아있기를 원했다. 그러나 리모델링 사업으로 수덕여관은 예전 모습을 잃고 새로운 장소로 거듭났다. 유일하게 앞마당에 암각화만이 본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응노 기념관을 건축하면서 생가가 재현된 것이다. 우리는 정치적 사건에 휘말린 이 화백의 흔적들이 고향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수 없었던 일을 알고 있다.

화가에게 거쳐 간 장소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예술여정과 같은 것이다. 부인 박인경 여사는 이응노 예술의 모태가 된 고향의 혼을 프랑스에 살리고 싶었다. 박 여사는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한국관에 한옥 작품설치한 대목 신영훈 선생을 보쉬르센에 초청한다. 그리고 그의 기획과 설계로 보쉬르센에 한옥 <고암산방>을 건립하게 된다. 유럽에 있는 유일한 한옥으로 동네 주민들은 신기해하면서도 동시에 당황스러워 했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한옥은 낯선 건축이며 풍경이다. 한옥을 연구하는 해외연구자들과 한국문화 애호가들에게 <고암산방>은 귀중한 소재로 알려져 있지만, 해외 이응노 연구가에게 한옥은 그의 예술을 연구하는 중요한 텍스트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이 낯선 한옥을 등록문화재로 올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한 박인경 여사는 이응노 화백에게 한국 정서만큼 중요한 프랑스 정서를 생각했다. 사실 그의 예술을 국제적 현대미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프랑스이기 때문이다. 박 여사는 한옥과 함께 보쉬르센에 건축가 장 미셀 빌모트의 설계로 유럽식 현대건물을 세웠다. 주로 이곳은 이 화백의 제자들이 박 여사와 이융세 화백의 지도로 한국화를 배우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보쉬르센은 한국의 홍성과 예산처럼 이 화백의 예술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 화백의 도불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이응노, 낯선 귀향'전을 7월 13일부터 9월 30일까지 개최한다. 프랑스 파리 시립 세르뉘시 미술관의 마엘 벨렉 실장의 기획으로 새로운 비평적 관점에서 이응노의 예술을 바라보려는 시도로 만들어진 전시이다. 아마도 마엘 벨렉이 바라보는 이응노는 우리와는 다를 것이다. 마치 보쉬르센에 엉뚱한 전통 한옥이 세워지듯이, 이응노 연구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과 프랑스의 이중교배 문화를 바탕으로 이 화백의 예술을 평가해보고 싶다. 프랑스 국적의 이 화백은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파리에서 했다. 충청남도의 수려한 자연이 예술의 모태가 되었다면, 프랑스 파리는 그를 현대화가로 성숙시켰다. 마엘 벨렉의 기획이 갖는 의미는 크다.

마엘 벨렉 실장은 한국미술을 주제로 지난 2016년과 2017년 프랑스에서 개최된 두 전시를 기획한 한국미술 전문가이다. 2015-16년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 세르뉘시 미술관이 주관하고 이응노미술관이 협력미술관으로 참여한 'Seoul. Paris. Seoul'전으로, 한국 모더니즘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1950년대 이후 파리에서 활동했던 한국작가들의 예술적인 면모를 살폈다. 그리고 2016년 이응노 화백의 회고전 'LEE Ungno - l'hommes des foules'전시도 그가 기획한 전시이다.

아울러 이번 전시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세르누시 미술관 'LEE Ungno - l'hommes des foules'전, 퐁피두 현대미술관의 'Donation Lee Ung-No'전, 떼싸해롤드 화랑의 'La Danse des signes - Ungno Lee, Georges Noel, Mark Tobey'전 등에 이어 이응노 화백의 예술적 성과를 축하하는 자리로 향후 해외 순회전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