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
이응노 화백의 고향은 충청남도의 예산과 홍성이다. 예산의 수덕여관은 이 화백이 일본에서 돌아와 가족을 위해 구입한 장소로 일화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부인 박인경 여사는 수덕여관의 모습이 예전 그대로 남아있기를 원했다. 그러나 리모델링 사업으로 수덕여관은 예전 모습을 잃고 새로운 장소로 거듭났다. 유일하게 앞마당에 암각화만이 본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응노 기념관을 건축하면서 생가가 재현된 것이다. 우리는 정치적 사건에 휘말린 이 화백의 흔적들이 고향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수 없었던 일을 알고 있다.
화가에게 거쳐 간 장소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예술여정과 같은 것이다. 부인 박인경 여사는 이응노 예술의 모태가 된 고향의 혼을 프랑스에 살리고 싶었다. 박 여사는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한국관에 한옥 작품설치한 대목 신영훈 선생을 보쉬르센에 초청한다. 그리고 그의 기획과 설계로 보쉬르센에 한옥 <고암산방>을 건립하게 된다. 유럽에 있는 유일한 한옥으로 동네 주민들은 신기해하면서도 동시에 당황스러워 했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한옥은 낯선 건축이며 풍경이다. 한옥을 연구하는 해외연구자들과 한국문화 애호가들에게 <고암산방>은 귀중한 소재로 알려져 있지만, 해외 이응노 연구가에게 한옥은 그의 예술을 연구하는 중요한 텍스트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이 낯선 한옥을 등록문화재로 올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한 박인경 여사는 이응노 화백에게 한국 정서만큼 중요한 프랑스 정서를 생각했다. 사실 그의 예술을 국제적 현대미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프랑스이기 때문이다. 박 여사는 한옥과 함께 보쉬르센에 건축가 장 미셀 빌모트의 설계로 유럽식 현대건물을 세웠다. 주로 이곳은 이 화백의 제자들이 박 여사와 이융세 화백의 지도로 한국화를 배우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보쉬르센은 한국의 홍성과 예산처럼 이 화백의 예술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 화백의 도불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이응노, 낯선 귀향'전을 7월 13일부터 9월 30일까지 개최한다. 프랑스 파리 시립 세르뉘시 미술관의 마엘 벨렉 실장의 기획으로 새로운 비평적 관점에서 이응노의 예술을 바라보려는 시도로 만들어진 전시이다. 아마도 마엘 벨렉이 바라보는 이응노는 우리와는 다를 것이다. 마치 보쉬르센에 엉뚱한 전통 한옥이 세워지듯이, 이응노 연구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과 프랑스의 이중교배 문화를 바탕으로 이 화백의 예술을 평가해보고 싶다. 프랑스 국적의 이 화백은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파리에서 했다. 충청남도의 수려한 자연이 예술의 모태가 되었다면, 프랑스 파리는 그를 현대화가로 성숙시켰다. 마엘 벨렉의 기획이 갖는 의미는 크다.
마엘 벨렉 실장은 한국미술을 주제로 지난 2016년과 2017년 프랑스에서 개최된 두 전시를 기획한 한국미술 전문가이다. 2015-16년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 세르뉘시 미술관이 주관하고 이응노미술관이 협력미술관으로 참여한 'Seoul. Paris. Seoul'전으로, 한국 모더니즘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1950년대 이후 파리에서 활동했던 한국작가들의 예술적인 면모를 살폈다. 그리고 2016년 이응노 화백의 회고전 'LEE Ungno - l'hommes des foules'전시도 그가 기획한 전시이다.
아울러 이번 전시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세르누시 미술관 'LEE Ungno - l'hommes des foules'전, 퐁피두 현대미술관의 'Donation Lee Ung-No'전, 떼싸해롤드 화랑의 'La Danse des signes - Ungno Lee, Georges Noel, Mark Tobey'전 등에 이어 이응노 화백의 예술적 성과를 축하하는 자리로 향후 해외 순회전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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