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표 새벽의 경연작 '아버지 없는 아이' 공연 모습. |
'아버지 없는 아이'의 콘셉트는 결핍의 정서에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등장인물들에겐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를 부정하거나 그리워하거나 모두 부정(父情)의 결핍을 안고 삶을 살아간다. 독립투사였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윤을 비롯해 폭행을 일삼았던 아버지를 경멸하는 수훈조차 결국 아버지의 부재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 윤은 아버지의 삶을 막연히 추종하고 수훈은 자신이 경멸했던 아버지를 그대로 닮아 있다. 부정의 결핍이 등장인물의 성격과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작품은 아버지 없는 주인공들을 통해 불안한 인간의 내면을 뚜렷하게 묘사한다. 제대로 된 아버지 상을 접하지 못한 인물들은 삶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부초처럼 흔들리고 만다. 동경에서 유학했지만 백수인 윤,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인 수훈, 불가능한 신분상승을 꿈꾸는 자영 등은 허황된 삶을 살아간다. 이들은 노동을 통해 삶을 일구지 않는다. 어디 둘 데 없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약 또는 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아버지 없는 아이'라는 제목은 작품에서 중요한 서사적 장치일 뿐만 아니라 정체성과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내면을 상징한다. 전통이 송두리째 파괴되고 가치관이 급변하는 현대시대의 상황이 1920년의 작품 배경과 묘하게 교차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창작자는 의지적 주인공 카오루를 통해 희망적 메시지를 담는다. 건강한 삶의 의지가 혼돈과 불안을 헤쳐 나갈 토대임을 대단원에서 제시한다.
이날 공연은 오후 4시 기준으로 200여 명이 찾았다. 관객들은 캐릭터가 생생하고 서사 전개가 흥미로운 공연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김 모(21) 씨는 "마지막까지 누가 범인일까 숨죽이며 봤다"며 "추리극 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직장인 우 모(43) 씨는 "아버지가 단순히 남성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며 "인생의 기준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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