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더위의 시작이라는 소서(小暑)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장마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빗줄기는 마음 한 구석의 감성을 두드리며 사색에 잠기게 만들었다. 그러자마자 떠오른 생각이 올 한 해도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것이었다. 1월에 작성한 플래너를 펼쳐보았다.
자기 계발, 운동, 독서 등 좀 더 나은 나를 위한 발전적인 계획들이 수두룩했지만 지금까지 잘 실천해오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에게 묻자면 부끄러워진다. 한 달을 채 못 지킨 계획도 있었고 몇 달 가량 꾸준했으나 그만둔 계획도 있었으며,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계획도 존재했다.
인생에서 ‘계획’이라는 일종의 허들을 잘 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지만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다고 하던가.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는 새해계획이 대부분 석 달 안에 무너지고 만다고 조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 공동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에게 새해 계획의 유효기간을 묻자 77% 가량의 응답자가 ‘석 달 내’에 새해 계획이 무너지고 만다고 답한 것이다. 그야말로 ‘작심석달’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새해 계획을 조금이라도 더 실천하고 연장시켜 남은 2018년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바로 비현실적인 계획을 뜯어고치는 것이다. 심리학과 교수 피터 허먼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계획과 목표를 세우는 것을 ‘잘못된 희망 증후군’이라고 불렀는데 그는 “비현실적인 목표는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존감을 낮추는 부작용을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도 ‘의지력의 재발견’에서 “목표와 실행 계획은 구체적일수록 좋고 돌발 상황에도 여유롭게 대처할 시간까지 염두에 둬야한다”며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나쁜 습관을 통제할 수 있는 의지력을 기르라고 조언했다.
과도하게 많은 계획을 세우기보단 한 가지 목표라도 꾸준히 반복해야 의지박약을 떨쳐낼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자신에게 작은 보상이라도 준다면 습관화된 행동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변화의 출발은 생각의 전환이다. 올해가 벌써 절반이나 지난 것이 아니라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해보자. 플래너에 빼곡한 계획들을 재정비하면 시간을 더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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