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대표 은하의 경연작 '막차 탄 동기동창' 공연 모습. |
'막차 탄 동기 동창'은 이야기 내용과 서사구조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희로애락에 초연한 듯 펼쳐지는 이야기와 큰 굴곡 없이 이어지는 서사 전개 방식이 맥을 같이 한다. 57년 만에 만난 두 주인공은 각자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등 아픈 과거를 갖고 있지만 비분강개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상대방에게 불만을 갖지만 서로 싸우거나, 미모의 젊은 여성을 앞에 두고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서사 전개에서도 같은 기조가 유지되는데 갈등이 격화되거나 감정이 고조되지 않는, 물 흐르는 듯한 특징을 보인다. 바로 노년의 초연성이 두 주인공의 생활태도로 작품의 주제의식과 서사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초연성은 강렬한 표현 방식에서 벗어난 이근삼 작가 후기작의 작품 경향을 보여준다. 작가는 노인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초기작에서 활용된 실험적 방식을 부드럽게 녹여낸다. 극중 두 주인공은 대화 도중 객석을 향해 소회를 말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한다. 흥미로운 점은 1인칭 내레이션인 듯 대화인 듯 분간하기 어려운 어조와 동작으로 대사가 표현된다는 것이다.
배우가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극중 등장인물이 넋두리를 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하는 방식은 특정 연극 경향에서 초연하게 된 작가가 원숙미를 발휘한 결과다. 사실주의극에 서사극의 요소가 스며들게 한 작가의 의도는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표현된다.
작가의 연성화된 내레이션에서 더 나아가 극단 은하의 연출자는 작중 낯설게 하기 기법을 강화한다. 배역과 배우의 캐스팅을 미스매칭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극중 이지적 이미지의 배우가 장돌뱅이 오달 역을, 투박한 이미지의 배우가 교수 대부 역을, 평범한 이미지의 배우가 미모의 처녀무당 역을 연기한다. 배우가 이미지와 배역이 엇박자를 내게 됨으로써 관객은 이야기에 감정이입하지 않고 주인공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게 된다.
이날 공연은 오후 7시 30분 기준으로 100여 명이 찾았다. 관객들은 삼삼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인상적인 공연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학생 서 모(15) 군은 "노인 이야기가 어두울 줄 알았는데 흥미진진했다"며 "위트 있는 대사가 보는 재미를 더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영업자 박 모(62) 씨는 "노인의 담담한 화법이 잘 살아있는 연극이었다"며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주인공의 정서에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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