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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토크콘서트에서 배우 고인범 씨(외쪽)와 사회자 최승완 씨(오른쪽). |
"화통한 웃음, 걸쭉한 사투리, 맛깔 나는 연기." 사회자의 소개말은 무대에서 현실로 이뤄졌다. 배우 고인범 씨의 시원하고 정감 가는 화술에 객석은 연신 웃음바다가 됐다. 28일 오후 9시 30분 대전시립미술관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고인범 씨는 호탕한 쾌남의 모습으로 80여 명의 관객에게 다가갔다.
서두에서 연극배우의 길로 들어선 배경에 대해 고 씨는 남다른 사연을 소개했다. 대학시절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할 때는 반대하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아들이 전업 연기자를 선언하자 크게 노하셨다고 한다. 고 씨는 "아버지가 화도 내시고 술도 많이 드셨다"며 "그러다 옛날 흑백사진을 하나 보여주시며 그렇게 좋으면 해보라고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사진은 바로 희극인 시절 고깔모자를 쓴 아버지의 모습. 고 씨는 "젊은 시절 공연하러 다니느라 고생했던 경험을 아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고 부친의 의중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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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콘서트에서 출연했던 영화 투혼의 명장면 '엄지척'을 재현하는 고인범 씨. |
사회자가 배우 생활 중 에피소드를 묻자 연기 열정을 담은 이야기도 나왔다. 극중 중국어 연기에 대한 사연이었다. 고 씨는 "드라마 대왕세종 피디가 날 찾아와 중국어를 해야 하는 역인데 '4성'을 아느냐고 물었다"며 "그래서 만리장성, 자금성까지는 댔는데 그 다음을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4성은 중국어의 성조를 말한다. 그만큼 중국어를 몰랐지만 촬영을 준비하면서 그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신경성 위장염으로 체중이 7kg이나 빠졌다고 한다. 고 씨는 "하루에 중국어를 17시간 연습했다"며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매일 시디를 듣고 새벽에도 불 켜서 대본을 봤다"고 회상했다.
지역 연극계를 떠나 서울로만 가려는 후배들에 대한 아쉬움 섞인 고언도 있었다. 현재 부산국제연극제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 씨. 그는 "연기는 안 하기 시작하면 퇴보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며 "후배들이 서울 가서 아르바이트 하느라 무대에 못 서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부산에는 무대에 설 기회가 많으니 여기서 실력을 쌓고 기다리면 드라마든 영화든 기회가 온다"며 "무대에 서지 못 하면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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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콘서트 종료 후 집행위로부터 기념품을 전달받는 고인범 씨. |
장마의 여파로 비록 많은 관객이 찾지는 않았지만 이날 토크콘서트는 시종 훈훈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고 씨는 토크콘서트가 끝나고도 남아 있는 관객과 농담을 이어갔다. 드라마 대조영에서 조연으로 출연할 때 대사가 '돌격하라'와 '후퇴하라' 두 개였다는 일화. 사회자 최승완 씨는 "고인범 선생님은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고 듬직한 분"이라며 "오늘 재미있는 인생 이야기를 해주셔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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