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리뷰 - 실존적 인물이 된 이육사

  • 문화
  • 공연/전시

[대한민국연극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리뷰 - 실존적 인물이 된 이육사

  • 승인 2018-06-28 17:59
  • 수정 2018-06-28 18:39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백마타고오는초인이있어
대구 대표 한울림의 경연작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공연 모습.
대구 대표 한울림의 경연작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는 저항시인 이육사의 삶을 심리극으로 풀어낸 열전이었다. 생애 전반을 통해 이육사의 시를 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해석하려 한 시도가 돋보였다. 시인의 세 자아가 분열하고 고뇌를 드러내는 과정을 그려내 작품은 역사적 인물을 실존적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는 주인공 이육사를 공시적·통시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통시적 관점에서 작품은 시인의 삶을 시대 순으로 추적해나간다.

보헤미안처럼 자유분방한 삶을 살던 20대, 무장투사를 꿈꾸며 결기에 차 있던 30대, 죽음을 앞두고 회한에 젖은 40대의 모습이 러닝타임 동안 통시적으로 펼쳐진다. 동시에 공시적 관점에서 주인공의 면모는 다양한 자아를 통해 드러난다.

감옥 밖의 이원록, 죄수가 된 264, 이육사의 시적 자아 'S'다. 실제로는 물리적으로나 시제 상으로나 만날 수 없지만 세 자아는 서로 대화하고 대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들은 독립운동가로서 시인으로서 이육사의 고뇌를 한층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데 일조한다.



이야기 도중 등장하는 '광야' 등의 시 역시 시인의 내면과 태도를 입체적으로 나타내는 중요한 장치로 쓰인다. 서사에서 중요한 변곡점마다 시가 등장해 시인의 고뇌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작품은 시를 매개로 이육사의 행적이 하나로 이어지도록 과감히 시도한다.

시대를 널뛰는 이야기의 행간을 시의 해석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극중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지사처럼 의지적이기도 때론 소녀처럼 서정적이기도 한 시인의 자아를 하나로 통할하는 데 많은 공력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시문학 장르에 대한 이해와 시인에 대한 깊고 넓은 연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자아 간 대립이 격화돼 심리극의 양상이 짙어지는데, 창작자는 여기서 역사적 인물 이육사를 실존적 인물로 변모시킨다. 이원록과 시적자아 'S'로부터 비판을 받는 과정에서 죄수 264는 광기어린 모습을 보인다.

고뇌에 고통 받는 자신을 고뇌함으로써 '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소 과잉된 자의식으로 비춰지기도 하는 주인공의 결말은 '광야'에서 말하는 초인과 거리가 있지만, 영웅을 인간으로 표현하려는 창작의 의도가 담긴 결과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은 오후 7시 30분 기준으로 200여 명이 찾았다. 관객들은 장대하면서도 심오한 연극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구 모(22) 씨는 "세트와 이야기의 스케일이 정말 컸다"며 "스펙타클한 시대극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등학교 국어교사 이 모(37) 씨는 "이육사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공연이었다"며 "난해하기도 하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