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폐기물 무단 폐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도 구체적인 처분에 대해선 결론조차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28일 원자력연의 방사성 폐기물 무단폐기와 관련한 회의를 열었다. 9명 중 강정민 위원장 등 6명만 참석한 회의에선 방사성 폐기물 무단 폐기가 사실로 확인된 만큼, 원자력연에 대해 어떤 행정처분을 내릴지가 핵심 사안이었다.
하지만 결론 없이 차기 회의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행정처분 결과와 관련해 위원들 간의 이견이 많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우선 원안위는 이날 해체폐기물 관리실태 조사 결과, 금과 납, 구리, 철제폐기물이 절취되거나 소실돼 무단 폐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연구로에서는 납 벽돌과 납 용기 등 약 44t 이상이 절취됐고, 구리전선 폐기물은 약 6t, 우라늄변환시설 금 부품은 0.26㎏ 소실됐다. 보관 중이던 철제 폐기물 약 8.7t을 야적장에 임의 폐기했고, 액체폐기물은 일반구역에 무단 보관됐다.
2015년도 핵연료재료연구동 방사선관리구역 출입기록도 분실됐고, 액체폐기물 운반기록도 빠졌다는 점 역시 확인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원자력연구원 해체 책임자와 담당자는 용역업체 직원의 구리전선 절취 매각 사실을 인지하고도 상급자나 규제기관에 이를 보고하지 않고 은폐했다”며 “위법행위를 감독해야 할 방사선안전관리부서는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안위는 조사 결과를 대전지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통보했다.
그런데도 원안위가 이날 행정처분을 내리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로 알려졌다.
무단폐기 과징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과 폐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조사결과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원안위의 한 위원은 “무단 폐기가 실제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과징금 기준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30㎞연대 이경자 집행위원장은 “원안위의 발표는 매우 미흡하다. 연구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원안위가 추가조사를 하고 주재원을 파견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사성 환경영향평가 미비와 관련해선, “기준치가 모호하다. 연구원에서는 어떤 폐기물이 사라졌는지도 모르는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한 것인지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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