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시티의 스카이 라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1년 전 내가 본 베트남은 잿빛이었다. 여전히 남아있는 공산국가의 잔재, 도로를 점령한 무질서한 오토바이 행렬, 곳곳에 남아있는 전쟁의 상처, 작고 마르고 까만 사람들까지. 어린 나에게 베트남은 그저 가난한 나라에 불과했다.
오랜만에 만난 베트남은 그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활기차졌고, 고층빌딩이 빼곡하게 들어섰고, 유명 브랜드를 내건 광고판도 넘쳤다.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연 10%를 넘나들 만큼 초고속이다. 최근 조(兆) 단위의 재벌이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는 가이드의 정보는 귀를 솔깃하게 했다.
호치민은 경제도시답게 화려했다. 특히 고층 빌딩으로 빼곡한 도심은 호치민이 가진 매력 중 하나다. 현재 호치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우리나라 경남기업이 지은 랜드마크 72다. 건물 높이가 350m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완공되는 빈홈 센트럴 랜드마크가 461.5m 81층으로 그 기록을 뛰어 넘을 예정이다.
물론 이런 초고층의 빌등은 호치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제2의 수도인 하노이는 자연경관이 그대로 남아있어 신도시로 분류되는 호치민과는 이질감이 있다. 호치민 주변의 미토(메콩강)만 봐도 경제적인 빈부격차가 그대로 느껴진다.
사실 베트남의 발전 가능성을 본 것 인터넷 속도였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인터넷이 매우 빨랐다. 도심 어디서나 무료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고, 4G와 5G는 한국 돈으로 한 달 만원(베트남 환율로는 20만동)이면 사용이 가능했다. 물론 현지인들에게는 큰 돈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부담 없는 가격이다.
전쟁의 상처를 이겨내고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베트남 호치민은 우리나라와 매우 닮아 있었다.
메콩강은 미토지역에 있다. 메콩은 어머니라는 뜻이다. |
열대기후답게 다양한 과일이 많이 난다. |
베트남 돈은 동이라 부른다. 화폐의 가치를 우리나라 환율로 따지면 1동에 0.05원이다. |
호치민(1890.5.19~1969.9.3)은 베트남의 초대 대통령이자, 수도의 이름이다. 원래 수도 호치민의 지명은 사이공(saigon)이었다. 1976년 베트남이 통일된 후 사이공에서 호치민으로 변경됐다.
호치민은 건국의 아버지라 불린다. 독립과 통일이라는 과업을 이뤄낸 만큼 베트남 국민들의 호치민에 대한 존경심은 상상 이상이다. 도심 어디에나 호치민의 초상화가 있고, 모든 베트남 지폐에도 호치민이 있을 정도다. 호치민이 남긴 말 가운데 가장 유명한 말은 “나는 국가와 결혼했다”이다. 그는 평생을 결혼도 하지 않고 베트남을 위해 헌신했고 국가의 영웅이 됐다.
호치민은 사망 당시 묘소도 만들지 말고, 화장을 한 뒤 뿌려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유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의 시신은 생전 모습 그대로 묘소에 안치되어 있다.
호치민은 2018년 기준 인구 842만 명에 달하는 경제수도다. 문화와 교통, 경제의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 직항 노선이 개설돼 있어 5시간이면 방문할 수 있는 가까운 나라다.
베트남 연유커피. 카페 쓰어다라고 부른다. . |
베트남하면 단연 쌀국수가 떠오르겠지만, 커피와 맥주 또한 베트남의 상징이다. 커피와 맥주 소비율은 베트남이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판매량이 높은 편에 속한다.
베트남의 커피는 진하게 내린 원두에 연유를 타서 마시는 ‘카페 쓰어다’라고 부른다. 연유를 넣지 않은 아이스 제품도 인기가 있지만, 진하고 단 연유커피는 연평균 30도에 달하는 베트남에서 마시는 달달한 추억이 될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이 1일 마시는 맥주는 평균 1박스에 달한다. 베트남에서는 맥주에 얼음을 타서 연하게 마시기 때문에 도수가 높지 않은 편이다. 가볍고 청량함이 특징인 333(바바바), 지역 이름을 딴 비아 하노이, 다낭 맥주 라루가 있다. 싱가포르의 타이거 맥주와 필리핀 산미구엘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호치민 인근 지역에는 하이네켄 제조 공장이 있어 견학도 가능하고, 도심 곳곳에 하이네켄 바가 있다.
#오토바이
베트남 하면 오토바이를 빼놓을 수 없다. 베트남 인구가 약 1000만 명이라 할 때 오토바이는 약 800만 대에 달한다. 성인 인구 1명당 1대의 오토바이가 있는 셈이다.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가 자동차와 같은 동급이다. 오토바이를 탈 때는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한다. 헬멧을 쓰지 않으면 공안에게 붙잡혀 벌금을 내야 한다.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가 택시 역할도 한다. 오토바이 행렬에서 초록색 헬멧과 초록색 상의를 입고 있다면 그랩(GRAB)택시다.
붕타우 거대 예수상. |
#붕타우
붕타우는 호치민에서 3시간 떨어진 관광도시다. 붕타우에서 볼거리는 바이두아 해변의 거대 예수상이다. 높이 30m다. 로마청에서 베트남의 독립을 기념하며 보내온 선물이다. 거대예수상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예수상보다 더 크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불교는 국민 95%가 불교를 믿는다. 사실 거대 예수상은 호치민 도심에 세워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불교의 탄압으로 베트남의 반도 끝인 붕타우로 오게 됐다.
거대 예수상은 800개의 계단을 올라야 만날 수 있다. 거대 예수상을 세울 당시 3m 정도 땅을 팠는데, 콘크리트가 나와 공사가 중단됐다. 콘크리트의 정체는 100년 전 프랑스가 만든 벙커였다고 한다. 붕타우 바다에서는 원유가 추출되는 곳으로 도시가 매우 부유하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