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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 지음 | 강주헌 번역 | 나무생각
'양심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자신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우리 문화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우리는 모든 목소리, 모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만 정작 자신의 목소리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영화와 신문, 라디오와 쓸데없는 잡담 등 사방에서 소음처럼 웅웅거리는 소리와 주장에 끊임없이 노출된 채 지낸다. 설령 우리가 우리 자신의 소리를 듣지 않겠다고 의도적으로 계획했더라도 이보다 더 잘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자기애를 잃어버린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을까. 타인에 대한 사랑 역시 진정한 자기애를 갖춰야 가능하다. 독립적인 자아를 갖추고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기애는, 그러나 이기적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윤리의식과 충돌하며 우리를 혼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그런데 윤리로 강조되는 양심은 자기애를 실현하는데 방해만 되는 걸까.
에리히 프롬의 《자기를 위한 인간》은 인본주의적 양심이 어떤 사람에게나 존재하고, 외적인 제재와 보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목소리, 요컨대 우리 자신의 목소리임을 강조한다. 양심은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 자신의 반응이며, 자신에게로 되돌아가 생산적으로 살아가며 충만하고 조화롭게 발전하도록 촉구하는 '참자아'의 목소리다. 이런 점에서 왜곡되지 않은 본래의 양심은 우리의 온전함을 수호하고, 우리 자아를 떳떳하게 보장하는 능력이다. 윤리적 행동의 원천들은 인간의 본성 안에서 찾아낼 수 있으며 인간의 내재된 특성에 바탕을 둔 도덕적 규범들을 위반하는 경우 인간은 정서적이고 정신적인 붕괴를 겪게 된다는 것도 입증한다.
프롬이 주장하는 인본주의 윤리학에서 최고의 가치는 자신을 사랑하는 '자기애'이며,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자기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부모나 국가 같은 어떤 권위체에도 종속되거나 휘둘리지 않고, 더욱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원칙을 내면에서 찾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내면의 진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1947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자유를 두려워하고 자기파괴에 매몰된 현대인들에게 시대를 뛰어넘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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